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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대통령정책실장을 역임한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국민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심사했던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베껴 권위 있는 국내 학회지에 게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24일자 국민일보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였던 1988년 한국행정학회에서 발행한 한국행정학보 1988년 6월호(제22권 1호)에 ‘도시재개발에 대한 시민의 반응-세입자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앞서 1987년 김 부총리는 국민대 행정학과 신 모씨의 ‘도시재개발 지역주민의 정책행태에 관한 연구-세입자를 중심으로’라는 박사학위 논문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부심으로 이 논문을 심사한 김 부총리의 논문 제목은 신씨의 논문제목에서 ‘지역주민’이 ‘시민’으로 ‘정책행태’가 ‘반응’으로 단어만 바뀌었을 뿐 신씨의 논문 제목과 흡사하다. 김 부총리는 또 신씨가 1987년 9월 재개발이 시행중인 서울 봉천동 홍은동 등 4개 지구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및 면접조사 결과를 그대로 차용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본문만 120쪽에 참고 논문과 설문지, 영문 요약까지 합치면 140쪽에 달하는 분량의 신씨의 박사학위 논문을 요약하는 형태로 논리를 전개한 김 부총리의 논문은 총 15쪽으로 한국행정학보 33~47쪽에 실렸다. 김 부총리가 논문에서 사용한 11개 표 중 5개를 신씨의 논문에서 그대로 옮겨 사용하거나 수치만 일부 변경했으며 정의, 결론에서도 두 논문은 어휘 순서와 단어가 조금 바뀌었을 뿐 문장 형태가 비슷한 것도 17개에 이른다. 또 나머지 6개 표도 신씨가 직접 설문 조사한 데이터를 받아 정리한 것이다.
김 부총리는 논문 첫 장 각주 등에서 ‘조사 데이터는 신 모씨로부터 수집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김 부총리는 신씨의 논문명을 기재하지 않는 등 출처를 부실하게 밝혀 표절 판정을 피할 수 없다는 게 학계의 지배적인 지적이라고 신문은 보도했다. 또 미국 저작권협회는 출처를 정확히 인용했다 하더라도 너무 많이 베끼거나 중심 내용마저 차용한 경우는 ‘표절’로 판정한다. 게다가 교육부가 발간한 ‘연구윤리 소개’에 따르면 김 부총리의 논문은 ‘중복논문’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김 부총리는 “나는 인용을 하더라도 각주를 다는 등 철저하게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반박하며 1985년 한국정치학회보에 게재한 논문 ‘정책집행에 있어 대상집단의 정책관여’를 숨진 제자 신씨가 먼저 도용했다고 주장했으나 도시재개발이나 세입자 설문조사 등의 내용이 전혀 없는 등 세입자 실태와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다른 성격의 논문이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