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 역시 대단하구만”

    7·26재·보궐선거 서울 성북을 한나라당 최수영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를 나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에 놀란 한 시민의 말이다.

    별다른 쟁점 없이 유권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던 7·26재보선에서 선거 열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접전지로 분류되는 성북을 마저도 주민들의 외면으로 선거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지만 ‘박근혜’가 등장한 22일만은 선거 열기로 뜨거웠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성북구 장위2동 장위시장 앞에서 이번 재보선에 대한 첫 지원유세를 시작했다. 이날 유세현장에는 박 전 대표가 온다는 소식을 접한 성북구 주민 800여명(경찰추산)이 모였다. 평소 박 전 대표가 몰고 다니던 인파에 비해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이 지역 선거 현장을 관리하던 한 경찰 관계자는 “평소에는 50여명도 안온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 전 대표의 10분 연설이 16배의 효과를 낸 셈이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7·11전당대회 후유증으로 당분간 대외 활동을 자제하려 했지만 민주당 조순형 후보의 추격전으로 성북을 선거 판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최 후보측의 ‘SOS’로 전대 이후 오랜만에 공개적인 자리에 모습을 나타냈다.

    초록색 상의에 갈색 바지 차림으로 오른쪽 뺨에는 여전히 압착테이프를 붙인 채 유세 차량 에 올라선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압승으로 끝난 5·31지방선거에 대한 감사인사부터 했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많은 사랑과 지지를 보내 주신 점 감사 드린다”며 “열심히 노력해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정부·여당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정치라는 것은 국민들이 편안하게 안보에 대한 걱정 없이 잘 살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그러나 이 정권은 이런 사명을 포기한 상태”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북한의 미사일이 머리위로 날아다녀도 정부는 꼭두새벽부터 회의를 소집해야 하느냐고 한다”며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고도 안전 조치도 취하지 않아 그 지역을 지나던 비행기가 추락하는 대참사가 벌어질 뻔 했다. 이런 정부를 믿고 편히 잠들 수 있겠느냐”고 북한 미사일 도발로 인한 안보불안을 지적했다.

    그는 또 “일자리가 없어 청년 실업률이 최고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청와대는 위원회를 수십개 만들고 장·차관급 자리도 만들어 코드 맞는 사람 일자리만 만들어 냈다”며 “국민들은 세금폭탄으로 허리가 휘는데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면 세무공무원을 늘리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야당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그동안 정부·여당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 나갔다. 노무현 정부가 마음대로 하도록 뒀다면 나라가 험악한 지경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노무현 정권을 심판했지만 그래도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정부·여당이 국정을 포기한 상태라고 해서 나라까지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느냐. 잘못된 것은 바로 잡지 않으면 우리나 후손들에게 미래는 없다”며 “못사는 나라가 못살고 싶어서 못사는 게 아니다. 지도자가 판단을 잘못하고 정권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면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당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는가. 이번에 한나라당을 지지해 준다면 책임지고 바로잡아 나가겠다”며 “한나라당에 힘을 주고 믿음을 달라. 그러면 노무현 정권이 앗아간 희망을 국민들에게 돌려주고 선진한국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이어 “최 후보는 이곳 성북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다닌 ‘성북의 아들’로 이곳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성북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준비를 해 왔다”며 “그동안 성북에서는 한나라당에 한 번도 기회를 주지 않았는데 이번에 이 젊은 일꾼에게 기회를 달라”고 최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한나라당 소속인 서울시장, 성북구청장과 손발을 맞추고 힘을 합쳐 잘 사는 성북을 만들어 보답해 드리겠다”고도 했다.

    10분가량의 지원유세를 마친 박 전 대표가 자신을 보기 위해 모인 주민들에게 간단히 인사한 뒤 경기 부천소사의 차명진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이동했다. 박 전 대표가 떠난 뒤 그를 보기 위해 도착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너무 금방 가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이에 앞서 연단에 오른 최 후보는 “한나라당에는 박근혜·이명박·손학규 등 국가 경쟁력을 키울 유능한 지도자들이 많다”며 “여기서 이겨야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이겨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또 “성북을이 흘러간 정치인의 한풀이 장소냐. 성북에 애정과 열정을 갖고 있는 최수영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민주당 조순형 후보를 겨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