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감청 혐의로 기소돼 수감중인 김은성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의 셋째 딸(25)이 자살했다고 21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김 전 차장의 딸은 지난달 24일 결혼식을 올린 지 채 한 달도 안 된 새댁이었다.

    김 전 차장의 딸은 19일 오전 8시 40분쯤 신접살림을 차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 있는 아파트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딸은 “아빠가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글을 남겼고 가족들은 김 전 차장이 충격을 받을 것을 염려해 딸의 자살 소식을 알리지 못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세 딸을 둔 김 전 차장은 2001년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첫째(30)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데 이어 셋째 결혼식에도 불참했다.

    특히 김 전 차장의 딸은 국정원장 재직 기간 중 유선중계 통신망 감청장비(R-2)와 이동식 휴대전화 감청장비(CAS)를 이용한 휴대전화 불법 도청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지난 12월 구속 기소된 임동원, 신건 두 전직 국정원장이 지난 14일 집행유예를 선고 받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두 피고인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가 김 전 차장 등 실무라인의 실형과 형평성 논란을 불러왔었다. 신문에 따르면 가족들은 “셋째가 언론보도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을 면하거나 처벌을 받더라도 다 나오는데 왜 아빠만 갇혀 있어야 하느냐’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차장은 지난달 건강악화와 딸 결혼식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검찰은 결혼식 하루 전날 이를 불허했다. 이에 김 전 차장은 ‘영어(囹圄)생활의 몸으로 딸 결혼식장에 참석하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경조사 때 하루 이틀 석방되는 ‘귀휴’를 거부했다. 결혼식을 올리던 시각엔 구치소에서 두세 시간을 울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김 전 차장의 부인은 “셋째가 ‘아빠 없는 결혼식’에서 너무 울어 사진을 못 찍었다”며 “감수성이 예민한 딸 아이는 아빠가 구속된 뒤 무척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또 결혼 전날까지도 “꼭 아빠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가야 한다”며 아빠가 나올 수 있는지를 몇 번씩 물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죄 없는 자식마저 죽어 안됐다’ 는 등 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선고에 대한 형평성 논란을 다시 제기했다. 조선일보 게시판의 아이디 ‘kimstock53’는 “딸의 죽음으로 대폭로를 일으킬 게 걱정돼 잠 못 이루는 자들은 떨고 있다”고 말했으며 ‘myunggil2000’는 “검찰이 권력과 돈 있는 놈한테는 약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유독 힘을 쓴다면 그 검찰 그 공권력을 누가 신뢰하겠느냐”며 “법원도 마찬가지다. 개혁은 법원, 검찰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이버 게시판의 아이디 ‘h1988’는 “지시한 윗사람이 문제”라며 “검찰과 법원은 (김씨를) 시범케이스로 하지 말고 빨리 풀어주라”고 요구했다.

    김 전 차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 국내담당 2차장으로 재직하면서 주요 인사들의 휴대전화 불법감청을 지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구속기소 돼 올 4월 항소심에서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 병사동에 수감 중이다. 김 전 차장은 당시 불법감청 보고를 열람하고 관계기관대책회의에 불법감청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김 전 차장은 지난 5월 24일 임동원 신건 두 전직 국정원장이 재판에서 '국정원 도청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부인한 데 대해 "국내 담당 차장이 직원들 데리고 (원장) 몰래 도청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두 전직 국정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국정원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불법도청 수사 당시 두 전직 국정원장이 DJ로부터 '명예를 지켜달라'는 전화를 받고 솔직하게 고백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DJ 재임 시 숨겨진 딸 문제가 드러나지 않도록 내가 막았다"며 "DJ명예를 지킨 건 오히려 나인데 두번 씩이나 옥살이를 하고 있다. 증언 거부로 추가 기소되는 한이 있더라도 더 이상은 두 전직 국정원장의 재판에서 증언을 하지 않을 작정"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한편 국정원은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해 경찰에 ‘보안유지’를 요청했으며 경찰은 ‘남의 가정사라 말하기 어렵다’며 조사 내용을 함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