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7·11전당대회에서 비상을 꿈꿨던 당내 소장·개혁파가 아무런 변화도 이끌지 못한 채 조용히 날개를 접었다. ‘미니전대’라는 이벤트를 통해 단일후보를 내세우며 호기 있게 출발한 ‘미래모임’은 20일 사실상 해체됐다.

    모임을 구성한지 한 달여 만에 전대만을 위한 한시적인 모임으로 끝나버린 미래모임은 이날 ‘7·11전당대회 평가와 한나라당의 진로’ 토론회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날 모인 미래모임 회원들은 자신들의 정치실험이 실패로 끝났다는 점에는 한 목소리를 냈지만 그 원인 진단은 제각각이었다. 모임 결성 초기부터 '색깔내기'에만 치중해 결속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소장·개혁파들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듯했다. 또한 '자성'보다는 '남탓'에 치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비전도 없이 급조된 세력인 미래모임"

    국가발전전력연구회(발전연) 소속인 박찬숙 의원은 “확실한 비전도 없이 단일 후보를 내기 위해 급조된 세력이었다”며 태생부터 한계가 있는 모임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일후보 선출 과정부터 ‘작전 세력’이 개입해 조직적으로 소장·중도 개혁파의 당 지도부 진입을 막았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확실한 생각을 가지고 출발한 모임이라면 ‘작전 세력’이 들어올 것이라는 생각도 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권영세 의원이 미래모임 단일후보로 확정됐던 미니전대 당시를 “누구도 환호하지 않았다”고 회상하며 “비예측성 투표 결과가 신나지 않았던 당시 투표 현장에서부터 실패가 예고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권 의원이 지명직 최고위원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서도 “급조된 후보, 억지후보라고까지 할 수 있었던 후보가 최고위원을 받는 것이 올바른 일이냐”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 소속의 김명주 의원은 미래모임의 실패가 회원들의 역량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대리전을 막고 새로운 한나라당 주류 세력을 만들어보자며 단일 후보를 냈지만 6등으로 떨어지는 황망한 일이 벌어졌다. 미래모임은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며 “원인은 주체역량 부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임을 이끌어 왔던 수요모임 푸른모임 등은 목표 의식이 없었고 작전세력에 대한 전략전술도 없었다”며 “설령 작전세력에 의해 후보가 선출됐다고 하더라도 당선시켜야 했는데 그것도 실패했다. 주동 세력의 역량이 너무나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각자의 길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주체성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며 “미래모임 실패를 자인하고 각자 모임별로 주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박계동 "쓰레기 같은 작전세력 때문에 미래모임 실패"

    박계동 의원(발전연 소속)은 이른바 ‘작전세력’ 때문에 미래모임이 전대에서 패했다며 이들을 향해 ‘비양심 세력’ ‘먹튀’ ‘쓰레기 같은 사람들’이라는 격한 표현을 써가며 맹비난했다. 박 의원은 “작전 세력을 방지할 방어력을 갖지 못했지만 114명 중에는 두 표 중 한 표도 미래모임 후보를 찍지 않은 비양심 세력이 있다. 정치도의적으로 문제 있다”며 “자기 재미 보기 위해서 모태(미래모임)에 대한 충성도 없이 먹고 튀었다”고 쏘아 붙였다. 그는 이어 “덩치 키우기에 급급해 작전세력인줄 알면서도 막지 못한 게 문제”라며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다시는 집어넣지 않는다는 자세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이번 당직개편에서 여의도연구소장에 임명된 임태희 의원(푸른모임)은 “시험문제가 주관식이든 객관식이든 실력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노력하고 당초 목표로 했던 것 중 미흡했던 게 무엇이었는지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마치 누구 하수인이 치고 빠지는 식으로 들어와서 당연히 A 후보가 될 것을 B 후보가 됐다고 하는 것은 여기 모인 사람들 힘 빠지게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래모임 단일후보로 출마했다가 1차 투표에서 떨어진 뒤 깨끗이 승복한 임 의원은 “실력이 있으면 됐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대 결과 한나라당 대의원들이 선명보수를 선택한 것이 현실이라면 그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당의 변화와 개혁을 이끌겠다는 모임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