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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vs 이명박’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진 한나라당 7·11전당대회가 박근혜 전 대표의 ‘완승’으로 끝나면서 당내·외에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권 행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 시장 측근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17일자 주간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강재섭 대표를 당선시킨 박 전 대표의 ‘힘’을 “애걔~ 겨우 그 정도냐”라고 폄훼하며 “장기적으로 볼 때 (이 전 시장에게) 더 유리하다”고 정반대의 분석을 내놓았다.
정 의원은 우선 “(전대가)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졌는데 저쪽은 병력을 총동원해 전력투구했지만 결과는 압도적이지 않았다”며 “‘애걔~ 겨우 그 정도냐’고 생각할 수 있다”고 박 전 대표의 ‘조직력’을 평가 절하했다. 반면 그는 이 시장에 대해서는 “본의 아니게 개혁의 명분을 쥐게 됐다. 저쪽은 반개혁, 수구로 인식됐다”며 “이명박 진영이 개혁의 주도권을 쥐게 된 국면”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정 의원은 이어 “만약 이재오가 (당 대표가) 됐다면 배후에 이명박이 있다고 생각할 테고, 당에서 벌어지는 부정적인 일까지 부담이 되지 않았겠느냐”며 “이번에 최고위원이 되신 분들이 다 간단치가 않다. 누구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고 해서 거기에 연연할 분들이 절대 아니다. (특정인을 지지한다는) 오해를 벗어나기 위해 (박 전 대표를) 역차별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대를 통해 당을 ‘장악’한 박 전 대표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새로 구성된 당 지도부에 대한 ‘도로 민정당’이라는 부정적 여론을 염두에 둔 듯 이번 전대를 ‘반개혁 vs 개혁’의 대결로 규정한 뒤 이 전 시장이 '개혁'의 주도권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대선주자 여론조사를 보면 이명박이 상당히 개혁적 이미지를 가진 것으로 나온다”며 “당 개혁에 대해서는 그동안 소장파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지만 이번 전대 과정에서 개혁을 끌어안을 수 있는 후보가 이명박이 돼 버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전 시장도 그렇게 낙관적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 사람의 장점이 낙담하거나 실망하거나 하는 순간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비관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경선을 불공정하게 관리할 가능성은 없다”고 장담한 그는 이재오 최고위원이 여론조사에서는 강재섭 대표에 앞섰으면서도 대의원 투표에서 뒤져 패배한 것과 관련, “대표 경선과 대선 후보 경선은 차원이 다른 선거다. 지난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돌아보라. 대의원들은 오세훈을 선택했다”며 “본선 경쟁력에 무게를 두는 전략적 투표를 하게 돼 있다. 대선에서 두 번 실패하면서 습득한 학습효과다”고 이 전 시장의 본선 경쟁력을 자신했다.
그는 그러나 “야당하기도 힘든데 야당 속에서 ‘야당’ 하기는 정말 힘들다”며 당내에 ‘친박(親朴)’ 세력이 더 많다는 점은 인정하면서 그 원인을 친박 인사가 주요 당직을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스스로 ‘친(親)이명박계’라고 공언한 자신을 “특수한 경우”라고 표현한 그는 “나도 당 대표 회의실에서 회의해보는 게 소원이다. 누가 야당 속 야당 생활을 하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이 전 시장이 전대에서 이 최고위원을 지원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정 의원은 ‘이재오 지지자=이명박 지지자’로 해석했다. 그는 “(이재오 표는) 잠재적으로 이명박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는 표다. 성향이 그렇다”며 이 최고위원이 ‘친 이명박’ 색채임을 강하게 나타냈다.
그는 또 이 전 시장의 대선후보 경선 불복종이나 불참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제 경선 불복종은 없다(경선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정치인의 미래는 없다는 뜻). 경선 불참은 있을 수 있다”며 “양자 간의 차이가 명백해 (경선을) 하나 마나 할 때 그리(경선 불참)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