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권 경쟁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힘겨루기에서 승리한 기쁨도 잠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7·11전당대회가 끝나자 마자 당안팎의 비판은 물론 언론으로부터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박 전 대표가 엄정중립이란 원칙을 깨고 경선과정에 직접 개입을 했다는 것이다. 27개월, 816일간 당을 장악하며 각종 선거에서 압승한 박 전 대표는 분명 당내 경쟁에서 가장 앞서는 선두주자였다. 때문에 설사 이 전 시장이 먼저 경선개입 움직임을 보였다 해도 박 전 대표는 엄정중립 원칙을 지켰어야 했다는 것이다.

    문화일보 조용 편집부국장은 18일자 칼럼을 통해 "라이벌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에서 설사 먼저 도발해왔다 해도 공식적 선전포고가 아니라면 너그럽게 받아넘겼어야 했다. 그게 앞선 자의 도량"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얻은 것만큼 잃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아군과 적군을 명확히 확인하는 수확을 거뒀으나 다른 정치인들과 차별화됐던 '클린 이미지' '무욕의 리더십'은 상당한 손상을 입었다. 무엇보다 '정치적 구태'로 비판을 받은 것은 박 전 대표에겐 큰 타격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승승장구하던 박 전 대표도 이제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 비관적으로 보는 측에선 "박 전 대표가 스스로 무덤을 팠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를 당내 영향력이 가장 큰 존재로 여기며 경계하고 있다. 제왕적 총재 시절의 영향력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당내 파워를 지니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대권경쟁자인 이 전 시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측에선 당초 박 전 대표에게 불리할 것이라 예측했던 '대선후보 경선 게임의 룰'의 변경을 주장하고 나섰다. 전당대회를 통해 드러난 경선의 문제점을 시정·보완해야 한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본질은 박근혜-이명박 두 사람간 힘의 균형을 맞춰보자는 것이다. 이번 7.11 대회전을 통해 박 전 대표와 힘의 차이를 확인한 만큼 '게임의 룰'을 수정해 대선주자들을 동일한 출발선에 두자는 것이다. 그 만큼 박 전 대표가 두려운 존재가 됐다는 것이다. 청계천 복원으로 자신감이 충만했던 이 전 시장도 스스로 박 전 대표에게 뒤쳐져 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박 전 대표는 816일간 당 대표로 있으며 '리더십이 부족하다' '콘텐츠가 부족하다'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등의 비판을 받았지만 '박근혜식 리더십'을 고집했고 7·11전당대회에서 '박근혜식 승부수'를 띄워 '박근혜의 한나라당'을 만들었다. 테러를 당해 병상에 있으면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대전은요" 한마디로 대전시장선거 승리를 이끌며 대선승리의 분수령이 될 중원(中原)을 장악했고 7·11 결전에서도 경선 막판까지 뒤쳐지던 강재섭 의원을 "이렇게 하면 어떻게 공정경선이 되겠느냐"는 한 마디로 이틀만에 역전시켰다.

    엄정중립 원칙을 깼다는 비판을 받고있지만 박 전 대표가 던진 승부수는 적중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경선개입 명분이 만들어 진 이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전 시장이 먼저 개입했다는 것이다. 전략과 전술 모든 면에서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을 완벽하게 압도한 것이다. 이런 점마저도 박 전 대표의 당내 세력이 컸기 때문이라고 저평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던 한 중진 의원은 "만만하게 볼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대선이란 본 게임에서도 승리를 거둔다면 지금의 비판은 결국 '박근혜식 리더십' '박근혜식 정치'로 재포장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