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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도발 속에서도 남한 정부가 ‘대화채널 유지’라는 명분으로 강행한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한 대표단이 미사일 발사를 ‘선군정치의 은덕’이라고 표현하며 당당하게 쌀과 경공업 자재 제공을 요구하자 한나라당은 13일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와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브리핑에서 “북한 대표는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가 남한의 안전을 도모한다고 하며 8·15평양행사때 남측 대표단의 김일성 시신 참배,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 국가보안법 폐지, 쌀과 경공업자재 제공 등을 요구했다”며 “이런 명령식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마구 할 수 있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이 대변인은 “북한 대표단의 언행은 마치 조공을 요구하는 대국의 사신 같이 고압적이고 오만방자했다”며 “이것은 도발이고 또 다른 형태의 공격”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아마 약간 상한 회를 대접받아서 속이 정상이 아니었던 모양”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는 “북한 대표단에 비해 남한 대표단의 대응은 대국 사신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는 저자세의 비굴한 모습 그 자체였다”며 “북한에 줄 것 다 주고 양보할 것 다 양보해 온 이 정부가 미사일 시험발사 직후 북한 대표를 불러들여서 당당하게 호통치고 강력하게 항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왜 남한 대표는 고작해야 ‘우리가 언제 지켜달라고 요청했어요?’하는, 마치 폭력배 앞에서 기 죽어 대답하는 꼴의 낯간지러운 반문이나 하고 있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우리를 지켜 주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아무 말도 않고 침묵으로 동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직접 대답해야 한다”며 “이 시점에 남북장관급 회담을 강행한 이유가 바로 북한측의 이런 도발적 말을 국민에게 직접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냐”고 쏘아 붙였다.
그는 “노 대통령과 이 장관은 남북장관급회담을 섣부르게 개최해 국민에게 분노와 실망을 안겨 준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노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에서부터 북측 망발 기회를 제공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직접 나서서 해명을 하고 잘못 대처해 온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이번 회담과 관련해서 모든 책임을 지고 장관직에서 즉각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장관이 취임할 때 ‘향북(向北)선생’이라는 호를 지어줬는데 잘 지은 것 같다”고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