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새 지도부 중 '강 듀오'가 눈에 띈다. 강재섭 대표, 강창희 최고위원, 강삼재 전 의원이 함께 '강 트리오'로 불려왔지만, 7.26 재보선 공천문제로 당에 섭섭함을 표하며 강 전 의원이 탈당해 이제 두 최고위원만 남게되면서 나온 말이다.

    새롭게 선출된 5인의 지도부 중 강 대표와 강 최고위원은 몇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당내 최고 선수인 국회의원 5선 의원이자,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 전당대회에서도 함께 최고위원에 오른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에는 강 최고위원이 2위, 강 대표가 4위를 차지했었다. 또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달은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친박'계열로 분류되며 같이 선거를 치렀다.

    1인 2표 연기명 투표방식에서 '정치적 유대'가 깊은 이들의 연대가 서로 '윈-윈'요인으로 작용했음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선거기간 중 강 최고위원은 "이제 '강 듀오'만 남게 됐다"며 "끊어지지않고 잘 되가도록 노력해야지"라며 강 대표와의 협력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탄핵역풍'으로 인해 17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강 최고위원은 원외라는 약점을 딛고, 또 2년여의 중앙정치 공백기를 거치고도 전당대회에서 3위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강 최고위원측은 "많은 정치 중진들의 낙선은 곧 낙향의 의미가 되어버린 최근의 정치현실에서 보면 이번 결과는 이변"이라며 "국민들이 강 최고위원의 원칙과 정도를 지켜온 정치행보를 보고 선택한 것이 아니겠냐"며 자평했다.

    지역 국회의원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대전시당위원장으로서 5.31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그의 리더십도 충청권 대의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박 전 대표와 함께 대전시장 선거에서 이룬 대역전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가장 드라마틱했던 기억으로 당원들에게 남아있다. 또 한점 잡음없는 공천과정을 직접 경험한 대전지역의 당선자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 강 최고위원의 지지를 호소하고 다닌 것도 큰 힘이 됐다.

    강재섭과 '윈-윈', 확실한 지역기반과 인물론으로 3위 저력 과시
    원외 약점 극복하고 충청권 영향력 커질 전망

    강 최고위원은 일부의 '민정계 출신'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대해서도 명확한 목소리로 반박해왔다. 그는 "지금 당에서 '무슨 계'니를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5,6공 출신이라는 이유로 인물이 폄훼되어서는 안되며, 출신보다는 정치인으로서 능력, 그보다는 지도자로서의 인간적 자질이 더욱 중요하게 평가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강 최고위원은 흔히 '강단'과 '소신'으로 자주 설명된다. 강 최고위원을 이야기할 때 최근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일화는 2001년 자민련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민주당의 '의원꿔주기' 사건이다. 당시 자민련 소속이었던 강 최고위원은 이같은 행태에 정면 반발, 끝내 자민련 원내교섭단체 등록명부에 도장을 찍어주지않아 당에서 제명됐다. 그러나 그는 "정도대로 갈 뿐"이라며 대수롭지않게 여겼다.

    강 최고위원은 이번 선거에 임하면서 '충청권 대표로서 정권창출에 기여하겠다'는 각오과 함께 '당의 화합과 단결을 이끄는 조정자가 되겠다'고 역설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소신을 분명히 밝히기로 유명한 강 최고위원은 부족한 결단력으로 지적받아온 강 대표의 약점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 최고위원은 12일 회의 첫날 불참한 이재오 최고위원을 둘러싼 당 안팎의 여러 설에 대해서도 "미리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부채질할 필요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분당같은 소리는 말도 안된다"면서 "이 최고위원이 조금 섭섭한 감정을 가질 것은 당연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봉합될 것이며 나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일부 당선자들이 당시 이회창 대통령후보의 '창심'이 간여했다며 반발했던 상황을 너무나 잘 기억하고 있을 강 최고위원이다.

    유일한 원외 지도부인 강 최고위원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충청권 현역의원이라고는 대전, 충남북을 통틀어 김학원 홍문표 이진구 의원 단 3명 밖에 없는 상황에서 내년 대통령선거를 치르고 18대 총선까지 관리하게 되는 강 최고위원에 대한 지역의 기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대전고, 육사(25기)를 졸업한 강 최고위원은 80년 민주정의당 창당 당시 중앙당 조직부장으로 정계에 입문, 11대 전국구 의원을 거쳐 12대부터는 대전 지역구에서 당선되면서 14·15·16대 의원(5선)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 초기 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입각했으며, 자민련 사무총장, 원내총무, 그리고 한나라당 부총재와 최고위원 등 주요 당직도 두루 경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