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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2일 사설 '미사일에는 침묵하고 일본만 성토하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사태가 심각한 국면으로 비화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일본의 강경 대북 정책에 반발, '따로 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일이 추진 중인 유엔 대북 제재에 반대한 게 단적인 예다. 특히 일본의 대북 선제 공격론을 놓고선 한·일 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증폭되고 있다. 미사일 위기를 해결하는 데 첩경인 '한·미·일 공조'가 붕괴 위기에 처한 것이다. 효과적인 대응책을 만들기는커녕 미.일과의 불협화음만 노출하고 있어 정말 걱정스럽다.
한·미·일 공조 회복되어야
북한 미사일 발사를 빌미로 일본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해외에서의 무력행사'를 실현하려는 일본의 대응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히 선제공격론은 결코 해서는 안 될 발언이었다. 그것이 현실화될 경우 한반도는 전쟁터가 될 게 뻔하다. 이런 점을 알면서도 차기 총리후보를 포함한 핵심 관료들이 이런 몰상식한 발언을 하니 정상적인 정치인이라 말할 수 없다. 자국민을 선동할 목적을 가진 선제공격론은 북핵 문제를 더 꼬이게 할 뿐이다.
이런 일본도 문제지만, 우리 정부가 이를 빌미로 일본과 마치 '외교전쟁'을 치르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도 어이가 없다. 청와대는 일본의 대북 선제공격론이 일본의 침략주의적 성향을 드러낸 도발적인 망언이라 규정하고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오만과 망발에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정부로서 일본의 이런 몰지각한 태도를 그냥 넘길 수만은 없다. 따라서 청와대의 입장 표명도 이해가 간다.
문제는 일본에 대해선 이렇게 즉각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천명하면서도 정작 미사일 발사로 우리 안보를 위협한 북한엔 왜 한가하게 대처하느냐는 점이다. 그동안 이 정부가 보인 안일함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정부는 "북한 미사일은 어느 누구를 겨냥한 게 아니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않기 위해 대통령이 나서지 않는 것" 등 억지춘향식 발언을 해댔다. "또 비슷한 일이 생겨도 역시 차분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대목에선 할 말을 잃게 한다. 핵실험을 할 경우에도 이렇게 하겠다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 대다수 국민이 갖고 있는 불안감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니 이를 '정부'라고 해야 할지 강한 의문이 든다. 북한엔 제대로 된 항의조차 한번 못했던 정부가 일본에 대해 지나치게 강경한 자세를 지속한다면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밖에는 볼 수 없다.
한·일 양국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서로 봐야 한다. 무엇보다 당국자들의 발언이 신중해져야 한다. 우리는 "일본처럼 새벽부터 야단법석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표현은 쓰지 말아야 한다. 일본도 선제공격론 같은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 이번 '미사일 위기'는 양국은 물론 동북아 전체의 안보를 위협하는 그야말로 중대 사태다. 머리를 맞대 상의해도 해결책이 나올까 말까인데, '북한의 미사일 발사'라는 본질은 망각하고 이렇게 갈등만 빚는다면 양국 모두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
장관급 회담서 북에 엄중한 경고를
미국도 한·일 간 갈등을 방치하지 말고 중재할 것이 있다면 나서야 한다. 한·미·일의 공조 없이는 미사일, 북핵을 해결할 수 없다. 일본이 다시 군사 대국화의 길을 걷는 것을 이 지역 국가들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일본에 주지시킬 필요도 있다.
오늘부터 열리는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매우 주목된다. 정부가 내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 회담을 열기로 한 것은 한 가지 목적 때문이다. 북한의 얘기를 듣되, 북한이 계속 사태를 악화시킬 경우 쓰디쓴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점을 경고하는 것이다. 이 정부의 지금까지 행태로 볼 때 과연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공연히 북한의 주장이나 듣고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그 역풍은 고스란히 정부가 지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