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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론과 인신공격, 박근혜-이명박 두 대선후보의 대리전까지. 상대후보를 헐뜯는 난타전 끝에 한나라당호의 새 선장으로 선출된 강재섭 대표최고위원.
8일간의 혈투 끝에 구성된 한나라당 새 지도부의 전당대회 후유증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강 대표가 처음 주재한 최고위원회의. 서울 염창동 중앙당사에서 열린 이날 회의장에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직후 지방으로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간 경쟁후보들로 부터 집중 난타를 당한 이 최고위원은 패배의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11일 전당대회장에서 강 대표의 최종승리가 확정 발표되던 순간 이 최고위원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고 분통함을 애써 참으려는 것인지 눈을 질끈 감았다.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다른 후보들이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 기자실을 찾아 당선소감을 밝혔지만 이 최고위원은 곧바로 전당대회장을 떠났다. 이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지방으로 내려갔다"고 했다. 일단 패배 후유증을 덜어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최고위원은 이번 패배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최고위원 측에서도 전당대회전 마지막 주말 '박근혜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최고위원측은 마지막 표계산에서 박빙의 승부가 되겠지만 결국 승리할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었다는 후문.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고도 조직표에 밀린 데 대해 이 최고위원 측은 크게 실망하는 눈치다.
이 최고위원은 결국 박근혜 전 대표의 조직에 밀렸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특히 이 최고위원측은 박 전 대표가 경선 마지막에 보여준 행보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가 경선직전 지역당원협의회장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고, 전당대회 당일 이 최고위원의 정견발표때 자리를 이동하면서 대의원들의 시선을 분산시킨 점 등에 대해 이 최고위원측은 '이렇게 까지 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나타냈다.이 최고위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내가 (보수일색의) 이런 지도부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며 "일단 며칠 조용히 지내며 생각을 정리한 뒤 활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막판 대리전에 대해서도 "저쪽(박근혜쪽)이 다 공작 한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낸 뒤 "대리전 냄새를 풍겨서 '박심(朴心)'을 자극하고, 박 전 대표도 노골적으로 가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대표에 대한 불만도 표출했다. 이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가 그러면 안된다. 내가 전당대회장에서 연설할 때 자리를 뜬 것은 사실상 연설방해 행위로 밖에 안보인다. 내가 원내대표 할 때 그렇게 잘 모셨는데 한마디로 배신행위 아니냐"며 노골적으로 서운한 감정을 나타냈다. 이어 "막판에 박 전 대표 때문에 지기는 했지만 여론조사상 국민 뜻은 내가 더 많이 얻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최고위원의 이런 모습과는 달리 강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분열 보다는 화합과 단합을 해야한다. 앞으로 절대 서로를 자극하고 비난하는일 없이 통합하고 서로를 사랑하고 격려해서 단합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역 이장선거를 해도 끝나면 후유증이 있는데 제1야당의 당 대표 경선에 갈등이 없겠느냐. 그것은 서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절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