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0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문제를 외교적으로 푸는 최상의 방법은 김정일이 협상테이블을 둘러볼 때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 한국이 반대편에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걸 보고 듣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7일 방한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6자회담 당사자 5개국이 북한에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무모하게 미사일을 발사하는 나라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해선 안 된다”고 했다. 북한에 ‘한목소리(one voice)’로 경고를 보내자는 것이다.
미 제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생각은 9일 홍보수석실이 ‘안보독재시대의 망령에서 벗어나자’며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 나타나 있다. “대통령의 제일 관심사는 국민 안전이고 그 다음은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가 우리나라 안보차원의 위기였는가. (북한 미사일은) 어느 누구를 겨냥한 것도 아니다. 굳이 일본처럼 새벽부터 야단법석을 떨 이유가 없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천천히 대응한다는 것이 대통령 생각이었고 다음에 또 비슷한 일이 생기더라도 차분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100분이 흐른 뒤에야 대통령에게 보고한 정보 시스템, 미사일 발사 며칠이 지났는데도 그에 대해 말 한마디 없는 대통령 처신이 대한민국의 안전과 국익을 우선한 ‘고도의 전략적 침묵’이라는 해설이다.
그렇다면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정권도 자기 어선들에는 미사일이 떨어질 해역에 가지 말라고 사전 경고했다. 말하자면 정부 구실을 하려고 한 셈이다. 그러나 이 정부는 그런 정보를 알고도 미사일이 날아갈 위험천만한 하늘에 우리 민항기가 아무것도 모르고 날아다니도록 방치했고 미사일이 잘못 떨어질 수 있는 바다에 나갈지도 모를 우리 어선들에 그런 경고조차 하지 않았다. 그것이 국민 안전을 제일의 관심사로 한다는 정부가 할 행동인가. 이 점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만도 못했다.
다음, 북한이 한반도 전체를 사정으로 하는 스커드 4발, 노동 2발을 쏜 것이 우리 안보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는 홍보수석실 판단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가. 북한한테서 “우리가 쏘는 미사일은 남쪽을 향한 게 아니다”라는 사전 통보라도 받았는가. 그렇다면 북한이 550km의 사정을 가진 스커드 미사일을 개발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부도 그걸로 800~1000km 떨어진 일본 또는 태평양 건너 미국 본토를 겨냥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그 미사일을 전시에 남쪽을 향해 발사할 때 국군부대는 피하고 주한미군 머리 위에만 쏟아 붓겠다고 했다는 말인가. 설령 북한이 그런 말을 했다 치자. 그 말을 듣고 안심하는 것이 대한민국 정부 역할이란 말인가. 그런 기본 의리도 없는 대한민국과 세계 어느 나라가 동맹관계를 가지려 하겠는가.
잘못했을 때는 반성하고 사죄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공연한 말을 지어내 잘못을 덮으려 하면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 게 세상 이치다. ‘전략적 침묵’ 운운하는 되지 않는 소리는 더 이상 입밖에 내지 말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