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7.3 개각에 대해 "민심에 거스르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 총장은 자신의 정계 입문과 관련 "정치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말해 여지를 남겨두었다.

    정 총장은 4일 KBS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해 노무현 대통령이 김병준 권오규 두 전직 청와대 정책실장을 각각 교육부총리와 경제부총리에 내정한 것을 두고 "지난 5.31 지방선거는 뭔가 판을 바꿔보라는 국민들의 명령(오더)이었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이번 개각은 민심에 거스르는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정 총장은 "이데올로기적으로 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세력은 여전히 그를 거부하고 있으며,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도 노 정권 정책에 일관성이 없어 배신당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고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집권여당이 어느 쪽으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한 채 엄청난 차이로 참패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치권으로부터 꾸준한 영입제의를 받아온 정 총장은 퇴임 후 거취에 대해 "정치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며 현재 입장을 밝혔다. 최근에도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의 서민경제회복추진본부장 제의를 거절한 정 총장은 "과거에 정치를 할 생각이 없었는데 갑자기 이 자리를 해라, 저 자리를 해라고 하면 어떻겠냐"며 "준비가 없이 한다는 것은 죄악"이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같아서는 정치와 관련한 모색이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지만 정 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준비가 되면 정치를 해보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또 다음 대통령의 자질을 묻는 질문에 정 총장은 "우선 탐욕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운을 뗀 뒤, "또 어떤 기관이나 개인들과 너무 밀접한 관계를 안 가졌으면 좋겠고, 그 다음에 최소한의 교양과 지식을 가져서 상식에 입각한 판단을 할 수 있으며 행동이 일관성 있어서 대통령의 언행이 예측 가능한 사람이면 좋겠다"며 마치 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그는 현재 거론되는 대권주자들에 대한 언급은 자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