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의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 안상수 인천시장이 지방선거 승리 직후 의욕적으로 내놓은 '대수도론'이 당내에서 심각한 반발을 부르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대수도론'이 비대해진 수도권의 과포화를 부추기고 상대적으로 경제규모가 축소되는 비수도권의 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은 물론 한나라당 지도부, 비수도권 지역인 영남출신 소속 의원들과 광역단체장들까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등 당의 차기 대선주자들은 대수도론에 비교적 긍정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대수도론'을 놓고 딜레마에 빠지는 모습이다. 2007년 대선승리를 위해선 수도권에서 확실한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이번 5·31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수도권의 압승은 매우 고무적일 수 있고 수도권 광역단체장 당선자가 내놓은 대수도론은 수도권의 지지기반 확대 측면에서 볼 때 차기 대선주자들에겐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는 사안이다.

    그러나 문제는 비수도권이다. 영·호남과 충청, 강원 지역의 반발강도가 매우 크다는 것. 당장 비수도권 자치단체장들과 텃밭인 영남출신의 소속 의원들은 대수도론을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가장 큰 이유는 산토끼를 잡으려다 결국 집토끼까지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균형발전 필요성의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대수도론은 자칫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을 부추길 수 있고 양극화 해소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또 다른 양극화를 조장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 반발과 논란이 확산되자 이재오 원내대표는 23일 열린 주요당직자회의를 통해 대수도론에 대해 선을 그었다. 대수도론이 당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광역단체장들이 정책을 발표하면서 의욕적인 모습은 좋지만 그것이 한나라당의 정책기조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숙고하고 당과 사전조율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정부 여당의 '정책 엇박자'만 비판할 게 아니다"며 한나라당과 당 출신 광역단체장 역시 정책 엇박자없이 발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7월 전당대회가 끝나면 자치단체장들과 연석회의를 통해 당과 자치단체의 정책조율을 하겠다"고 밝혔다. 

    부산 출신 김정훈 정보위원장도 "대수도론이 실현되면 안그래도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각한데 수도권을 더 비대화 시켜 '경제 블랙홀'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 뒤 "우리나라는 모든 게 수도권에 집중되고 영·호남은 인구도 경제규모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수도론이 어떤 형태로든 이뤄지면 영·호남은 더욱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며 "신중해야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직 법제화되거나 당론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부산 울산 경남 광역단체장들은 이미 반대의사를 표명했다"며 "전체 광역단체장 당선자 회의를 열어 이에 대한 조정을 해줬으면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