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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20일) 합창단 지휘를 끝내고 합창단원과 생맥주 한잔을 마신 뒤 밤이 늦어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도중이었다.
택시기사 분께서는 노 대통령에 대해 여간 불만이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손님 분! 노 대통령이 대선에 나올 때는 정치 잘 할 줄 알고 열심히 지지해 주었는데, 대통령이 되고 난 후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대로 가고 있어요. 앞으로 이 나라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나는 대뜸 “그래도 기사 분께서는 노 대통령을 지지하여 주었으니, 계속 믿어야 되지 않겠어요?” 하며 애써 화제를 다른 데로 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기사 분은 열렬한 애국지사처럼 기염을 토하기 시작했다.
기사 분, “손님 분은 노 대통령 때문에 화가 안 납니까? 세금이니 뭐니 보십시오. 우리를 도와준 미군도 쫓아내려 하고…” 기사 분께서는 점점 열이 복받치고 있는 모습이 얼핏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기사 분이 더 잘 아시지 않겠어요? 나는 원래 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으니 별로 감정이 없어요”라는 말로 화제를 단절시키려고 했다. 모처럼 즐겁게 마신 생맥주의 취기를 깨고 싶지 않아서 창밖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불쑥 기사분이 또 의미 있는 말을 힘차게 해 내려갔다.
기사 분, “요즘, 군인(軍人)들이 패기가 없는 이유를 아십니까? 왜 폭도들한테 두들겨 맞더라도 대응하지 말라고 별(星)들이 명령하는 줄 압니까?”
그리고 나는 알아도 모르는 척하며 “왜 매 맞아도 가만히 있으라는 것입니까? 그것이 군인입니까?”하고 응수했다.
택시 기사 분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음과 같이 목에 핏발을 세우며 일장 연설을 해나갔다.
“나는 졸병 출신이지만 군대 3년 가서 우리는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애국심과 군인정신을 배웠어요. 그런데 김영삼·김대중 이가 대통령이 된 후 한 일이 군인들의 기(氣)를 빼는 일이었습니다. 바로 군인들의 기(氣)를 빼는데 대통령의 온힘을 쏟았다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혹시 ‘쿠데타’ 할까봐 겁이 나니까 군인들의 숨통을 미리 죽여 놓아야 하는 것 아니었겠습니까? 또 다른 박정희·전두환이 나타날까봐 겁이 났던 것입니다.”
택시 기사분의 모습은 어느새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현 정부에 대한 강렬한 비판이 시작됐다.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왜 요즘 군인들이 패기가 없는 줄 압니까? 행여나 쿠데타 할까봐 겁이 나서, 김영삼과 김대중 이가 대통령이 되자마자 군인의 기(氣)를 빼는데 온힘을 쏟았기 때문입니다’라는 말을 듣고 답답한 마음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순수한 기사 분이 내던졌던 말에 충격과 감정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두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하루 밤새 잠이 오지 않았다. 생맥주1,000cc를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상념과 영상들이 여울져나가며 나의 수면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군인정신과 애국심에 불탔던 국민의 군인들이였는데 어떻게 하여 지금은 패기 없는 군인으로 표현되고 있을까 하고 기사 분의 말을 생각하면서 새삼 음미해보았다.
대령연합회 서정갑 회장, 성우회 김상태 회장을 비롯한 성우회원들과 대령연합회원들의 열렬한 애국심에 불타는 과거 군인들의 모습들이 새삼 생각의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정부가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되는데……
군인들은 사기(士氣)를 먹고사는 국가최후의 보루인데…하면서 혼자 말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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