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가 점점 강경해지는 모습이다. 이 원내대표는 20일 임채정 신임 국회의장의 ‘개헌 기구 논의’ 제안에 대해 “오버하지 말라”는 단 한마디로 일축했다. 또한 6월 임시국회에서 사립학교법 재개정과 다른 법안을 연계한다는 방침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사학법 재개정 문제로 시작부터 충돌이 예고돼 있는 6월 임시국회에 대한 기(氣)싸움 성격이 짙지만 7월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이 원내대표의 개인 입장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원내대표로 뽑히면서 약속한 사학법 재개정을 원내대표로서는 마지막인 6월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7월 전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헌 논의로 판을 흔들려는 여권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경계심도 보인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임 의장 기껏 뽑아줬더니 의장이 되자마자 개헌 논의하자고 하느냐. 오버해서는 안 된다. 오버하지 말라고 가서 전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한나라당은 현 정권하에서 어떤 개헌논의도 하지 않는다”며 “개헌 논의는 다음 대선에서 정당과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들에게 새 심판을 받는 그런 형태를 취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여당이 3분의 2도 안 되는 의석가지고 입만 열면 개헌 운운 하는데 개헌도 직권상정해서 날치기로 하려느냐”며 “안 되는 이야기를 자꾸 하니까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는 것”이라고도 했다. 한나라당은 개헌저지선인 국회 원내의석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또 “6월 국회를 잘 마무리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열린우리당에 달려 있다”며 “지난 4월 국회에서 일괄처리하기로 한 쟁점 법안 중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이 중심에 서 있다. 사학법 재개정 없이는 일괄처리도 없다”고 못 박았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국회브리핑에서 “임 신임 의장이 업무 개시 첫날부터 자신의 권한을 넘어선 개헌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것은 지나치게 정략적이고 정치적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며 “최근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이 유난히 개헌을 거론하고 있는데 임 의장 발언은 그 연장선상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의장은 초당적인 입장에서 입법부 수장노릇을 해야지 위기에 처한 정권을 구하기 위한 정략적인 이슈를 선도한다면 그것은 국회의장이 아니라 대통령 심부름꾼이자 여당의 바람잡이에 불과하다”며 “오늘 이후 다시는 자신이 주도해서 개헌 논쟁에 불을 붙일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의원을 국회의장의 수족이나 자신들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부하직원 정도로 생각하는 착각을 버려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