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6일 서울 염창동 중앙당사에서 이임식을 가졌다. 당사 앞마당에 마련된 이임식장엔 소속 의원들을 비롯, 이명박 서울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 등과 당원 300여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이임식이 치러졌다.

    박 대표 지지모임인 박사모 회원들도 '근혜님은 어디에 계시든 국민은 님을 기다립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박 대표의 이임을 지켜봤고 당사를 지나가던 주민들도 당사 밖에서 박 대표의 이임식을 보는 등 뜨거운 열기속에 행사가 진행됐다.

    흰색자켓, 꽃무늬 치마의 화사한 옷차림으로 행사장에 입장한 박 대표는 내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 27개월 총 816일간 박 대표의 활동보고와 당직자를 대표한 이 원내대표의 환송사도 화려한(?) 박 대표의 그간 발자취를 담아내기에 부족한 모습이었고 박 대표의 주요업적이 보고될 때마다 청중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임사 낭독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박 대표는 밝은 웃음과 함께 차분한 모습으로 이임사를 읽어 내려갔다. 특유의 절제된 화법으로 이임사를 읽어 내려간 박 대표는 "탄핵의 역풍속에서 대표가 된 후 당의 간판을 떼어들고 찬바람 부는 천막당사로 걸어가던 그 때를 잊을 수 없다. 그 짧은 길이 마치 천리 가시밭길 같았다"는 대목을 읽을 땐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서울 여의도에 있던 당사를 매각하고 시가 1000억원이 넘는 천안연수원을 헌납했던 사실을 얘기할 때는 숙연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사무처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과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비리에 연루된 중진 의원들에 대한 검찰고발조치를 거론할 땐 안타까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처럼 자신의 임기를 되돌아 본 박 대표는 곧바로 앞으로 당이 나가야 할 모습을 제시했고 자신의 대권의지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박 대표는 "나는 지난 2년 3개월 동안 여러분의 뜨거운 애국심과 애당심을 확인할 수 있었고 한나라당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고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고 이제 선진한국 건설이란 목표를 향한 출발선에 선 것으로 지금 국민들이 겪는 고통과 한나라당에 가는 기대를 생각하면 한 걸음도 더디 갈 수 없다"며 더 많은 노력을 재촉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우리에겐 대한민국의 헌법과 정체성을 지키고 국민을 지켜야 할 사명이 있으며 분열시킨 갈등과 상처를 봉합해 하나된 대한민국을 만들 사명이 있다. 민생고에 시달리는 서민의 아픔을 줄여 줄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 사명, 현명한 외교와 원칙있는 대북정책으로 평화통일의 길을 앞당겨야 할 사명, 선진한국을 만들 사명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오늘 이 자리가 내 임기를 끝내는 이임식이 아니라 더욱 능력있고 역동적인 한나라당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해서 내년 정권교체를 위한 또 다른 시작을 하는 자리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며 "앞으로 한 사람의 평당원으로 국민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고 역사적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큰 역할을 해 낸 정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임사를 마친 뒤 행사에 참석한 소속 의원들과 당의 원로들, 당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당사 앞마당에 마련된 천막당사 전시관과 주변에 전시된 자신의 주요활동을 담은 몇몇 사진들을 돌아본 뒤 당사를 떠났다. 박 대표가 당사를 빠져나가는 동안 박 대표의 지지자들은 '박근혜'와 '대한민국'을 연호했고 소속 의원들도 박수갈채로 박 대표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