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내 강경보수성향 의원이며 친(親)박근혜 그룹으로 분류되는 이규택 최고위원과 소장파의 리더로 대표적인 반(反)박근혜 그룹으로 분류되는 원희룡 최고위원이 뼈 있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같은 정당에 소속돼 있으면서도 정반대의 생각을 갖고 당 지도부에 2년 간 함께 몸을 담아온 두 최고위원은 15일 박근혜 대표가 주재하는 마지막 회의를 통해 최고위원직 사퇴를 공식 표명했다. 

    회의 시작 전 공교롭게도 옆자리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은 웃으며 몇 마디 대화를 나눴고 당내 강경보수성향 의원들과 거리를 두던 원 최고위원도 이날 만큼은 먼저 이 최고위원에게 말을 건네는 등 그동안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 온 '보-혁'간의 간극을 좁히려고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원 최고위원이 차기 대선출마를 위해 당 대표직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던 이 최고위원은 원 최고위원을 향해 "진짜 욕심없는거야?"라며 뼈있는 농담을 던졌고 이에 원 최고위원은 웃음으로 답했다.

    그리고 이어진 회의에서 이 최고위원이 7월 전당대회 출마의사를 밝히며 최고위원직 사퇴를 천명한 뒤 원 최고위원이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고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원 최고위원은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부족한 것이 많았고 사실 당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본의와는 다르게 많은 분들에게 불편함을 끼친 적도 많았던 것 같다. 당의 변화를 위한 진통, 그리고 열정이 앞선 나머지 서툰 점이 있었다면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기 바란다"며 그간 지도부와 엇박자를 보여온 자신의 행보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그는 이어 "인간적인 부분에서 불편함을 끼쳤던 것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겸허한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방선거 압승 뒤끝이지만 한나라당이 시대의 변화를 담아가는 미래지향적인 정책대안과 서민의 아픔을 담아 국민들의 삶의 현장에 치열하게 다가가는 모습을 갖춰 수권세력, 그리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세력으로 거듭날 정당이 되기를 열망하는 입장에서 작은 힘이나마 최선을 다해 함께 하겠다"고 밝힌 뒤 "그동안 사랑해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원 최고위원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이 최고위원은 "사랑 안해 난"이라며 다시한번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순간 회의장에 있던 취재진, 당직자들은 이 최고위원의 농담에 크게 웃었다. 그러자 원 최고위원은 웃으며 "많이 도와주셨잖아요…"라고 말했고 박 대표는 회의를 비공개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