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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3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치인은 선거에 모든 것을 건다. 그러나 유권자에게는 선거 그 자체보다 그 이후 살림살이가 어떻게 바뀌느냐가 더 중요하다. 내가 던진 한 표의 힘으로 정책이 바뀌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을 때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다음 선거에서 더 큰 힘으로 응징할 것을 벼르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1일 "민심의 흐름을 존중한다"고 말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이다. 여권 내에서는 민심 이반의 원인을 놓고 논란이 많다. 소위 '개혁정책'을 좀 더 과감하게 밀어붙이지 못했다는 주장과 그 정책들이 국민에게 고통만 안겼고,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첫 번째 주장을 한다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사람들이다. 민심이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수습해야 할 것인지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수습 수순은 인사에서 시작해야 한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사임하면서 이미 선거 뒤 개각은 기정사실이 됐다. 김 전 실장과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구체적인 거명까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선거 전에 구상했던 개각으로는 민심을 수습할 수 없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은 이 정부의 무능을 응징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개각에서는 네 편 내 편을 떠나 유능한 사람을 발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먼저 이념형의 코드 인물은 배제해야 한다. 기존의 청와대와 내각에서도 이런 인물들은 뒤로 물릴 필요가 있다. 그것이 국민의 목소리였다. 청와대 내에 둥지를 틀고 있는 386들도 과감하게 교체해야 한다. 여론과 맞대결하도록 부추기면서 국정 관리에는 무능했던 코드형 인사들이야말로 이번 참패를 가져온 장본인이다. 또다시 "회군은 없다"며 민의의 파도에 맞서려 하면 스스로 레임덕만 재촉하는 길이다. 현 내각에서 무능함만 보여 준 장관들도 바꿔야 한다. 낙선한 사람들에게 자리를 주는 보상 인사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럴 여유도 없을 뿐 아니라 국민의 인내도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