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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여당을 뭘믿고 찍어주겠나

입력 2006-06-01 10:20 | 수정 2006-06-01 10:20
조선일보 1일자 오피니언면 '5.31 선거 나는 이렇게 본다'란에 임혁백 고려대 정외과 교수가 쓴 '통치능력을 못보여줘'라는 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5·31 지방선거는 각종 여론조사가 예견했던 대로 열린우리당의 참패,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 공천비리와 같은 한나라당의 악재도 유권자들의 열린우리당에 대한 실망과 거부를 막아주지 못하였다. 한나라당이 일당(一黨)독재해온 지방정부에 대해 심판하자는 열린우리당의 목소리는 유권자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이번 5·31 지방선거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지방일꾼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정부와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로 진행되었다.

왜 열린우리당은 5·31 선거에서 참패하였는가? 열린우리당은 패인(敗因)을 지역주의로 돌릴 수 없게 되었다. 열린우리당은 영남은 말할 것도 없고 전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고르게 패배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낮은 투표율로 패배했다고 변명하기도 힘들게 되었다. 이번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2002년 지방선거 때보다 높았으며, 투표율이 높은 50대 이상은 말할 것도 없고 투표율이 낮은 20대·30대·40대가 모두 열린우리당을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열린우리당이 국민으로부터 총체적으로 거부당한 것은 집권당으로서 통치능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많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2004년 탄핵 후폭풍에 의해 검증 없이 당선되었다고 믿고 있다. 그만큼 국민들은 과반 의석을 만들어준 열린우리당이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는지 예의 주시하였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명실상부한 집권여당이 된 후 국민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주었다.

야당은 권력을 탈환하기 위해 국민을 아군 대 적군으로 나누어 핵심 지지세력의 재규합을 시도하지만, 집권여당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국민을 통합하고 지지의 외연을 넓히고 새로운 지지세력을 끌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도덕적 우월주의에 빠져, 국민을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 없이 성급하게 개혁을 추진하였다.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서 민생개혁을 통해 골고루 잘사는 한국을 건설하려 하지 않고, 과거의 적폐(積弊) 청산을 주 내용으로 하는 4대 개혁법을 패키지로 추진하면서 개혁의 대상이 되는 다양한 집단을 정권의 반대세력으로 결집시켜주면서 지지기반이 되어야 할 중산층과 서민의 이반(離反)을 초래하였다.

열린우리당의 개혁추진의 우선순위, 시기선정의 전략 실패보다 더 민심을 이반케 한 것은 당과 대통령 간의 불협화음이었다. 대통령제하에서 여당은 대통령과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되어야 집권당으로서 권위와 지지를 확보·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을 탈피하기 위해 고집스럽게 시도한 당정분리는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권위를 동반실추시키고 급기야는 대통령과 당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대통령이 한나라당과의 정책적 차이가 없다면서 대연정을 제의하였을 때 열린우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의 위상에 큰 상처를 입었다. 지방선거에 들어가기도 전에 선거 후 대통령의 탈당 이야기가 나오고, 대통령과의 불화로 선거가 끝나면 당이 분해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열린우리당을 믿고 표를 던질 사람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국민들은 대통령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여당이 과연 공약을 이행할 수 있을까에 관해 회의하게 되었고 선거가 끝나면 없어질지도 모른 여당에게 어떻게 지방정부를 맡길 수 있느냐면서 열린우리당을 거부한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대통령의 불협화음은 핵심 지지기반의 분열과 축소뿐 아니라 ‘무능한 여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이 점에서 이번 5·31 선거는 정당정치의 제도화 실패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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