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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돈내고 미국가는 반FTA원정시위,말리지마라

입력 2006-05-30 09:57 | 수정 2009-05-18 14:50
중앙일보 30일자 오피니언면에 안국신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가 쓴 시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일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단체가 원정시위대를 보내 FTA 반대투쟁을 전개하려는 계획에 대해 정부는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고 국민 모두가 우려하는 원정시위 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평화적이고 합법적 절차에 따라 협상에 대한 입장과 의견을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19일 정부가 5개 부처 장관 공동명의로 발표한 담화문의 일부다.

정부의 간곡한 호소에도 아랑곳없이 6월 초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FTA 1차 본협상에 맞춰 핵심 단체 소속원 100여 명이 워싱턴 원정시위를 강행할 것이라고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발표했다.

한·미 FTA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따라서 이해관계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미국까지 날아가 반대시위를 벌이겠다는 것은 생뚱맞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민주화투쟁으로 단련된 민주노총과 전농이 불퇴전의 결의를 다지고 있으니…. 이제 차라리 운동본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원정시위를 긍정적으로 보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여러 모로 긍정적이다.

첫째, 우리나라와 미국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국가다. 지금은 세계화 시대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내에서는 물론, 미국에 가 양국의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사를 밝히고 시위하는 것을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둘째, 원정시위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경제의 저력을 드러내는 것이다. 운동본부는 우리 사회의 약자인 농민·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 꽤 많은 사회적 약자가 홍콩으로, 워싱턴으로 날아가 시위하는 것은 제3세계 국가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우리의 저력에 자긍심을 느낄 수도 있다.

셋째, 우리 시위문화가 격상되는 계기가 된다. 미국에 가 운동본부 측이 다짐하는 것처럼 합법적인 평화시위를 한다면 별문제가 없다. 국내 시위처럼 극적 효과를 노려 과격·폭력시위로 번진다면 미국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받는다. 이 경우에 우리나라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다는 것은 지나친 생각이다. 국내 폭력시위는 이미 지구촌 곳곳에 잘 알려졌다.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노동운동의 과격성이 각종 정부 규제와 더불어 '기업 하기 좋은 나라'의 걸림돌이라고 국내외 기업들이 수시로 말해 오지 않았던가?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도 우리나라에 와 직설적으로 훈수할 정도가 아닌가? 노동운동의 과격성에 관한 한 우리 국가 이미지는 이미 훼손될 대로 훼손되어 있다. 이래저래 합법·평화시위와 그 필요성을 선진국에서 현장학습하고 돌아오는 기회가 된다.

넷째, 정부가 할 일과 안 할 일을 새삼 뒤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정부가 불법 원정시위를 걱정하는 이유는 국내 폭력시위를 법대로 다스리지 않아 시위 가담자들의 준법의식이 마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우리 정부도 선진국 정부처럼 폭력시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는 경험학습을 할 수 있다.

많은 국민은 평택 등에서 벌어진 폭력시위를 주도한 '민간'단체들에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사실에 황당해 하고 있다. 재정 지원은 장기적으로 민간단체들의 자생력을 떨어뜨리는 독약이다. 특히 그동안 폭력시위를 주도해 온 단체들과, 사회적 약자라는 이미지와는 동떨어지게 원정시위를 주도하는 민주노총과 전농에 대해서는 재정 지원을 끊어야 한다. 원정시위는 '원정'이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일부 계층의 원정출산과 비슷하다. 원정시위든 원정출산이든 마뜩지 않은 신선놀음이지만 둘 다 순전히 자기네 돈으로 한다면 정부가 일일이 말릴 사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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