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나,다 전부 찍어줄께"
    "안됩니다. 그럼 무효표가 되니 그냥 '다'에 한번만 기표하셔야합니다"

    지방선거 투표를 나흘 앞두고 벌어지는 '이상한' 풍경이다. 충청권 한 지역 기초의원에 출마하는 C후보자는 선거 기표방식을 홍보하느라 정작 자신의 선거운동은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울상이다. 처음 실시되는 기초의원 중선거구제 도입과 같은 정당의 복수후보 추천 때문에 벌어지게 된 유권자들의 혼란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총 6개 선거의 투표를 하게 된다. 1차투표에서 연두색 용지의 기초단체장, 연미색(흰노랑) 용지의 비례대표 기초의원, 그리고 계란색 용지에 지역구 기초의원을 선택한다. 2차투표에서는 백색 용지에 광역단체장을, 청회색 용지에는 비례대표 광역의원, 마지막으로 하늘색 투표용지에 지역구 광역의원을 기표한다.

    이 가운데 가장 유권자의 착각을 불러오는 것이 지역구 기초의원. 지역구 기초의원은 2명에서 4명까지 선출하는 중선거구제가 도입됨에 따라 한 선거구에 같은 정당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가 2명 내지 4명까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후보자 성명의 가나다순에 따라 열린우리당의 경우 '1-가' '1-나', 한나라당은 '2-가' '2-나' 순으로 기호를 배정받았다. 민주당은 '3-가, 나'순이 된다.

    같은 당 후보가 여러명이지만 유권자는 반드시 한 곳에만 기표해야하며, 두 곳이상 기표했을 경우 무효표 처리된다는데 유의해야한다. 당선자는 전체 후보자 중에서 각 선거구별 의원정수만큼 다득표순으로 선출한다.

    이 때문에 같은 당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들끼리 경쟁도 치열하다. 성명 가나다순에서 밀려 '나' 혹은 '다' 기호를 받은 후보자들은 상대적으로 자신들의 표를 '가'후보에게 빼앗기는(?) 결과도 충분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후보자 성명 가나다순에 따라 부여, 반드시 '가, 나, 다, 라 중 한 곳만' 기표
    복수후보 추천으로 같은 정당후보끼리 경쟁하는 부작용도

    한 기초의원 후보자는 "기초의원 중선거구제와 동일정당 복수후보에 대한 언론이나 방송을 통한 홍보가 미흡해 선거관리위원회가 해야할 일을 개별후보자가 나서서 하고 있다"면서 "특히 연령층이 높을 수록 기표방식을 설명하기가 여간 까다롭지않다"며 곤혹스러워했다. 그는 또 "당 차원에서도 별다른 지원없이 각 후보자들에게 알아서 홍보하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유권자들의 혼란을 막기위한 대책마련에 중앙선관위도 고심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각 정당의 '가' 후보 보다 '나, 다, 라' 후보가 상대적으로 손해볼 수 있다는 지적과 유권자들의 착각으로 여러번 기표해 무효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다양한 방법으로 유권자의 혼란을 막기위해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투표일인 31일 일간지 신문광고를 게재하고, 투표소마다 한 투표용지에는 한번만 기표해야한다는 사실을 공지할 계획이다. 또 이 관계자는 "방송사와 언론사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기사화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무효표 방지와 중선거구제에 대한 유권자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선관위에서는 차후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정리해 개정의견을 제시하는 등 보완책 수립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