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에 대한 경찰의 늑장 대응과 허점 수사가 도마위에 올랐다.

    당장 한나라당은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이번 수사 역시 경찰이 아닌 검찰과 경찰의 합동수사반을 꾸려 조사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21일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개탄한 뒤 "검·경 합동수사단을 급히 구성해 이번 사건에 대해 한점의 의혹도 없이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곧바로 경찰수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경찰을 맹비난했다. 그는 "경찰이 어떻게든 범행동기를 단순히 술취한 사람의 우발적인 범행으로 만들려 하는 조짐이 보인다"며 "경찰이 범인이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정정발표를 하면서도 박씨가 술을 먹었다는 것을 부각시키는 것은 아직까지 경찰이 정신을 못 차리고 뭔가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 보다 다른 의도로 사건을 수사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규택 최고위원은 "경찰에서 현재 술에 취해 횡성수설하고 있다고 했다"며 경찰수사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켰다. 이 최고위원은 "애초 경찰이 발표한 것을 그 후에 다시 바꿨다"며 "경찰청장 지휘 하에 진행되는 수사는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검·경이 합동으로 구성된 합동특수수사반을 만들어 배후와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한 뒤 "경찰청장은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라"고 요구했다.

    김학원 최고위원도 "어제 현장에서 들은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단독범행은 아닐 것이라는 게 주위 목격자들의 일치된 얘기다. 단순한 우발범이나 단독범이라 보기엔 어렵다"며 사건의 배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 최고위원은 "피해자가 제1야당의 당수이며 유력한 대권후보로 예상되는 상대인데도 매우 조심하고 치밀한 수사를 해야할 경찰청장이 즉시 데려간 두 사람 중 실제 범인도 아닌 술취한 사람을 지목해 '범행수법이 미숙한 점에 비춰볼 때 배후가 없다'고 말한 것은 상식을 초월한 언행"이라고 맹비난한 뒤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새벽까지 서울 서대문 경찰청에서 수사를 지켜 본 엄호성 전략본부장은 수사에 많은 허점이 있다고 주장하며 경찰수사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엄 본부장은 "새벽 6시까지 수사본부 요원들과 질의응답을 했는데 초동수사가 매우 미흡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엄 본부장은 "첫번째 상황파악이 안된 것은 경찰에서 지충호(가해자)씨가 오른손으로 박 대표와 악수를 하고 박 대표 오른손을 잡고 왼손으로 그었기 때문에 오른뺨에 자상이 난 것이라 설명했지만 그 즉시 동영상을 확인해 보니 악수는 커녕 바로 뒤에서 오른손으로 그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씨가 조사받는 것을 지켜본 변호사에 따르면 본인도 왼손으로 그었다고 했다. 그런데 동영상에는 분명히 오른손으로 그은 것을 알 수 있다"며 "그래서 왜 들통날 거짓말을 했느냐 추궁하려 했는데 지씨가 '더 이상 조사하기 싫다'며 조사를 거부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오늘 아침부터 새로 조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제일 괄목할 만한 사항은 지씨가 4월 6일에 개통한 70만원 상당의 휴대폰"이라며 "(최근 통화목록) 26개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는데 2~3명의 특정인과 계속 통화했고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로 최대한 빨리 조사하도록 요청했다. 뭔가 배후와 연결된 고리가 나올 것 같다"고 주장했다. 엄 본부장은 "급선무는 현장 상황이 제대로 정리하는 것"이라며 "현장상황을 직접 목격한 분들이 당시 상황을 자세히 적어 그것을 진상조사단도 봐야하고 그 진술서를 경찰에 넘겨줘 초동수사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2시 긴급의원총회를 소집하고 박 대표 피습사건에 대한 향후 대책를 논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