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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정수기 광고'문제로 여당의 파상공세를 받으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나라당도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의 팬클럽인 '금서포터즈'가 티셔츠와 손수건을 제작 판매한 것에 대해 중앙선관위 조사 및 검찰고발 등으로 맞서려 했으나 오 후보의 고발금지 요청으로 유보한 상황. 오 후보가 이처럼 맞대응을 자제하는 것은 상대의 공격에 응수하는 모습을 나타낼 경우 여당의 전략대로 '정수기 광고'를 둘러싼 선거법 논란이 쟁점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깨끗한 이미지를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검찰고발과 같은 맞공세가 그 같은 이미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때문에 오 후보 선거캠프는 물론 중앙당 역시 여당의 계속되는 공세에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공식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둔 17일 이 같은 오 후보와 중앙당의 전략과 배치되는 발언이 쏟아져 당 분위기가 가라앉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날 박근혜 대표 주재로 한나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 박 대표는 "토의에 앞서 오늘 공개적으로 보고할 사항이 있으면 먼저 하고 나서 비공개회의로 들어가겠다"며 필요한 공지사항을 제외한 소속 의원들의 발언은 자제시켰다. 큰 문제없이 지방선거를 향해 순항하고 있는 만큼 여당에 대한 공격 등 불필요한 발언은 자제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를 이끌어내는 데 많은 기여를 한 정병국 홍보본부장은 오 후보에 대한 여당공세를 방어하기 위해 말문을 열었다.
정 본부장은 먼저 "여당에서 네거티브 선거를 심하게 전개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극심한 네거티브 선거를 하고 있다"며 여당 공세에 맞불을 놓았다. 그러면서 오 후보의 출마과정을 일정에 맞춰 설명하며 '정수기 광고'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여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기 시작했다.
정 본부장은 "여당이 오 후보의 정수기 광고에 대해 이미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오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얘기까지 하고 있는데 얼마나 허위인지 오 후보의 출마과정을 설명하겠다"며 지난해 11월 오 후보의 불출마 선언부터 지난 4월 9일 출마선언하기까지의 과정을 언급했다.
그는 "오 후보는 11월 공개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05년 11월 2일 매일경제 인터뷰를 통해 표현을 했고 11월 3일 한국대학생정치외교연구회 초청 강연회에서도 분명한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지난 2월 23일 부터 시작된 서울시장 후보 공모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공모에 응하지 않은 것은 경선 참가나 공천을 받고자 하는 의사가 없었으니 명확했다"고 말했다.
그는 "출마 준비를 했다고 하면 이 당시 아마 신청을 했거나 신청하려는 시도가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그리고 이미 당비 미납으로 인한 신청자격 논란까지 받게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강금실 후보가 출마선언을 한 이후 4월 3일 최초로 당 차원에서 오 후보를 접촉했고 이 당시 오 후보는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 4월 5일 강 후보가 열린당 후보로 출마 입장을 밝히고 나서 그 이후 재차 접촉한 뒤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불출마 입장을 분명히 했고 6일 7일 연속해 3차례 접촉 이후 9일 출마선언을 하게됐다"며 "지금 열린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출마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고에 출연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임을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및 회의에 참석한 당직자들은 정 본부장의 이 같은 오 후보 방어에 탐탁치 않은 표정을 나타냈다. 정 본부장이 발언을 하는 동안 회의 분위기 역시 좋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정 본부장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발언을 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한 초선 의원은 "공개적으로 도와주고 싶어서 한 말인 건 알겠는데… 글쎄…"라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은 뒤 "지금 수요모임이 대표 외부영입을 주장하는 것도 적절치 않은데…"라고 말하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회의에 참석한 한 당직자는 "선거법 위반 부분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고 언급할 수록 문제가 더 커지고 쟁점화 될 수 있는 데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한 뒤 "그러면서 은근히 오 후보를 데려온 소장파의 공로를 과시하려는 인상을 줬고 그래서 20~30명 모인 참석자들의 분위기도 좋지 않았던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털어놓았고 다른 당직자 역시 "대변인을 통해 오 후보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는데 왜 회의에서 그런 발언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