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학습권과 수업권이 훼손되고 교권이 유린된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석고대죄해야 마땅합니다"(한나라당 김문수 경기도지사후보의 고등학교 1일 명예교사 강연에 대한 열린우리당 진대제 경기도지사후보측 양기대 대변인 논평)

    "열린우리당 진대제 후보 역시 우리 사회의 엘리트로, IT 전문가로 훌륭한 분입니다. 진 후보가 강단에 서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철학과 교훈을 학생들에게 강의하면 우리 한나라당은 매우 뜻 깊은 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측 경윤호 부대변인의 대응 논평)

    한나라당 김문수 경기도지사후보가 스승의 날을 맞아 경기도 화성시 병점고등학교에서 1일 명예교사로 강연한 데 대해 여야가 공방을 벌인 내용이다. 서로 상반된 선거전략을 보여주는 두개의 논평에서 '포지티브'와 '네거티브'의 차이를 극명히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친구'이지만, '앞서가고 있는' 한나라당 김 후보와 '뒤쫓아가는' 열린우리당 진대제 후보가 각각 현재의 위치를 보여주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열린당 진 후보측 양기대 대변인은 16일 "김 후보가 1일 교사 강연을 무리하게 진행했기 때문에 우울한 스승의 날이었다"며 "신성한 학교를 정치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인들 때문에 스승의 날에 주인공인 선생님들의 가슴이 멍들었다"고 비난했다. 

    김 후보의 병역의혹을 연일 제기하며 직접 해명하라고 촉구해온 열린당 허동준 부대변인도 "화성시청 공무원을 동원해 예정에 없던 스승의 날 초청 강연을 기획했으며 학생들을 상대로 시장 예비후보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며 거들었다. 화성시청 주민자치과 직원이 김 후보의 1일교사 강연을 위해 이 학교에 의사를 타진해온 데 대해, 선거철이라 어렵다고 거절했지만 압력에 가까운 요청으로 어쩔 수 없이 허용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는 게 열린당측 주장의 근거다.

    이에 대해 김 후보측은 해명 차원을 넘어 '마치 충고하듯' 대응하는 여유를 보였다. 김 후보측 경윤호 부대변인은 "(김 후보의 이날 강연은) 스승의 날 제정취지에 맞춰 스승에 대한 존경을 표하고 자신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철학을 학생들에게 설명했다"면서 오히려 "진 후보가 강단에 서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철학과 교훈을 학생들에게 강의하면 우리 한나라당은 매우 뜻 깊은 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응수, 먼저 날을 세운 열린당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경 부대변인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처럼 영혼이 깃든 수업은 아름답습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열린당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열린당 진 후보 역시 우리 사회의 엘리트로, IT 전문가로 훌륭한 분"이라고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그는 열린당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도 '다소 우려됐지만 나중에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알고서 승낙했다' '훌륭한 삶을 살아온 김 후보가 1일 교사로 강의에 나서 학생들에게도 뜻깊은 날이었다'는 이 학교 교장의 말을 빌어 해명했다.

    유권자의 마음을 끌기위한 전략으로 각당이 '네거티브'와 '포지티브'를 선택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의 투표참여율이 지난 2002년과 유사하거나 더욱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말로만 '정책선거'를 떠들며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정치권의 구태는 유권자가 고쳐봐야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