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포스트 박근혜'를 준비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의 발걸음이 점차 빨라지는 모습이다.

    5·31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은 7월 전당대회를 위한 당권경쟁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때문에 7월 당권도전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원내대표 입장에선 발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는 상황.

    7월 전당대회 출마를 위한 물밑작업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홍준표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을 위해 사용하던 선거사무소를 접수하려 했다가 이를 취소하고 다른 장소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러면서 당 일각에선 자연스레 박근혜 대표와 이 원내대표의 갈등도 점차 수면위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당내 대표적인 반박(反朴)그룹 의원이면서 친(親)이명박 세력인 이 원내대표가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박근혜-이명박'간의 힘겨루기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 일각에선 12일 열린 이 원내대표의 갑작스런 기자간담회가 이 원내대표의 '당권도전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평택시위' '후반기 원구성' 등 현안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이날 밝힌 현안이 일주일에 2~3번 열리는 최고위원회나 선거대책회의를 통해서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것.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일부 취재진들도 고개를 갸우뚱했고 일부 당직자 역시 "한나라당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나 후반기 원구성에 대한 부분을 왜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했는지 모르겠다"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 관계자는 "당이 선거체제로 전환되면서 당 운영의 중심이 이 원내대표에서 박 대표로 이동했고 그에 따라 이 원내대표의 입지가 축소됐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당이 선거체제로 전환되며 이 원내대표 주재로 매주 두 번씩 열리던 주요당직자회의는 열리지 않고 있다.

    대신 박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와 선거대책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 원내대표의 발언권이 줄고있고 박 대표에 비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기회 역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

    이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당이 선거체제로 전환되면서 주요당직자회의를 할 수 없게 돼 현안에 대한 당 입장이나 원내대표 입장을 밝힐 시간이 없었다"며 "선거기간이라도 가급적으로 금요일엔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일정을 정례적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특히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던 당직자는 이 원내대표가 여당에 후반기 원구성을 위한 실무접촉을 촉구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여당이 먼저 요구해야 할 후반기 원구성 문제를 굳이 먼저 꺼낼 필요까지 있었느냐는 것. 당 관계자는 "이 원내대표가 후반기 원구성 문제를 언급한 것에 좀 의아했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7월 당권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이 원내대표가 후반기 원구성을 통해 당내 지지기반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또 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퍼부었다. 그는 "당 지지율이 높다고 한나라당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안정당이라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서도 당 관계자는 "당에 대한 안좋은 소리를 굳이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할 필요가 있었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 측의 오해를 살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이 원내대표 움직임에 대해 박 대표 측도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대권경쟁자인 이 시장의 최측근인 이 원내대표의 당권장악이 박 대표 입장에선 대권레이스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 무엇보다 후반기 원구성을 통한 당 지지기반 확보와 그를 통한 당권장악이 이뤄질 경우 박 대표 입장에선 이 시장과의 대권싸움이 불리하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 당 관계자는 "김무성 전 사무총장의 7월 전당대회 출마설도 이 원내대표에 대한 견제차원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