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가 연일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의 '맞장 TV토론'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강 후보가 오 후보와의 맞장 TV토론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인 이유는 오 후보가 강 후보와 합의한 약속을 어기고 있다는 것이다. 강 후보 측은 오 후보가 오는 17일 예정된 KBS 주최 양당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를 하기로 약속을 해 놓고 갑자기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강 후보 선거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는 오영식 의원은 10일에 이어 11일에도 브리핑을 통해 이 점을 부각시키며 오 후보에 대한 맹공을 이어갔다. 오 의원은 "문제가 되는 것은 KBS가 애초 3일 토론회의 경우 4당 후보가 참석하고 17일에 있을 토론회는 강금실 오세훈 후보의 양자토론으로 한다는 것을 합의해놓았다가 오 후보 측에서 일방적으로 그 약속을 파기하고 합의내용을 어겼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의 본질을 따로 있다. 지금 오 후보 진영입장은 사안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설명하고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며 "대단히 치졸하고 궁색한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오 의원은 이어 "오 후보 측의 태도는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고 평가하고 정책을 검증하기 위한 정면대결을 회피하고 있고 강 후보와 양자토론이 자신들에게 별 실익이 없다는 얄팍한 계산속에서 열린당의 입장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오 후보는 애초에 왜 17일 양자토론을 동의했다가 한참 지난 후 관훈클럽 초청 토론을 하고 난 이후 못하겠다는 입장으로 바꿨는지에 대해 분명한 해명과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고 핵심인데 마치 양자토론을 받느냐 안 받느냐는 식으로 본질을 호도하고 여론을 왜곡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는 행태"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강 후보 측의 주장을 한꺼풀 벗겨보면 속사정은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강 후보 측도 오 후보와의 맞장토론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진 않은 모습이다. 지난 8일 관훈클럽 초청으로 열린 첫 맞장 토론 이후 강 후보 측은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이었다. 당시 토론회가 끝난 직후 강 후보 측 한 관계자는 "이게 아니었는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토론을 지켜본 참석자들의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맞장토론에서 강 후보가 오 후보에 우위를 점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였다. 때문에 강 후보가  계속 '양자토론'을 요구하는 데는 다른 속사정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 후보 측이 양자토론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오 후보에 대한 공격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5당 후보가 모두 참여할 경우 그만큼 공격횟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정책중심의 밋밋한 토론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

    강 후보 측이 계속 사학법 재개정, 탄핵, 행정도시이전 등에 대한 오 후보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오 후보는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양자토론을 통해 이 같은 부분을 집중공략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브리핑에서도 오 의원은 "사학법 재개정에 대해 오 후보는 입장을 밝힌 적이 없고 탄핵에 대해서도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선 이렇게 얘기하고 다른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저렇게 얘기해왔는데 유권자인 서울시민 앞에서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솔직한 입장과 태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학법 재개정과 탄핵의 경우 유권자의 표를 확실히 양분화 시킬 수 있는 사안이며 흩어진 당 지지층의 결집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일은 다가오고 있지만 지지율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 강 후보 측을 더욱 다급하게 만들고 있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