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8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이신우 논설위원이 쓴 시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요즘 한국 사회가 시끄럽습니다. 외교·통상 등 주변국과의 관계가 얽히고 설키면서 때로는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마저 느끼게 하는 분위기입니다. 한·일간에는 독도 영유권으로 심한 마찰을 빚고 있으며, 한·미관계는 군사동맹이 휘청거리는 판에 북한 인권을 둘러싸고 충돌 양상까지 빚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게 또 있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찬반 논란입니다.

    겉으로야 각각의 쟁점들이 독립돼 있는 듯 보이지만 그 내용은 한 줄기로 관통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논란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다름아닌 국내의 좌파·민족주의 세력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좌파와 민족주의는 서로 결합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닙니다. 기름과 물은 섞일 수 있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니 말입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니 말이죠. 그런 여러분께 물어보고 싶습니다.

    우선 한·일갈등 구조부터 이야기를 풀어가도록 하죠. 요즘 독도문제로 양국간 갈등이 심각해지다 보니 만일의 사태로까지 추측의 범위가 넓어져가고 있습니다. 만에하나 무력을 통한 독도 쟁탈전이 벌어질 경우 어느 쪽에 승산이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불행히도 우리의 해·공군 전력은 일본에 비해 절대 열세라고 합니다. 한국 해군에는 한척도 없는 이지스함이 일본 해상자위대에는 4척이나 됩니다. 우리는 조기경보기도 없습니다. 현대전을 치르기 위한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죠.

    그럼 이웃 대국인 중국은 어떻습니까. 한국에는 육군이 있지 않으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마저 중국에 비하면 요즘 유행어대로 ‘고음불가’ 입니다. 큰 소리 낼 처지가 아니라는 이야기죠. 게다가 중국은 지금껏 한국에 대한 지배의식을 벗어던진 적이 없습니다. 주한중국대사와 주중한국대사의 격(格)만 비교해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대한(對韓) 지배의식의 또다른 표현에 불과합니다.

    한민족은 지난 역사에서 약 600회의 침략을 받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대략 3년에 한번 꼴입니다. 다행히도 우리가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맺은 지난 50년간은 우리 역사에서 유일하게 평화로운 시기였습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최근 세계 10위를 기록했다지만 동북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4대 초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소용돌이치는 곳입니다.이런 장소에서 한국 사회가 그나마 평화와 복지를 향유할 수 있었던 것은 한·미동맹 덕분이었음을 여러분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가 한·미 FTA에 주목하는 것은 다른 게 아닙니다. 이 협정이 경제판 한·미동맹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입니다. 동북아 4강 중 유일하게 한반도에 영토적 야심을 갖고 있지 않은 미국과의 FTA야말로 우리의 경제안보를 지키는 안전판일 수 있습니다.

    순수 경제적 차원에서도 양국간 FTA는 한국경제의 재도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한국경제는 지금 선진기술의 일본과 우리를 무섭게 추격해오는 중국 사이에서 넛크랙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한국이 단독으로 일본이나 중국이라는 경제대국과 경쟁할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그럼 해답은 무엇일까요. 그야 제3 선진국과의 제휴입니다. 그런데 이런 파트너로서의 최적 조건을 갖춘 나라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면에서 최고 경쟁력을 갖고 있는 미국이라는 결론입니다. 한국이 미국과의 군사동맹에 더해 FTA를 통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때 비로소 한국은 외교, 안보와 함께 경제적 이익까지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단순히 경제연구소들이 발표하는 수출 및 경제성장률 기여도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좌파·민족주의를 주창하는 여러분들로부터 들려오는 것은 그저 ‘경제식민지’ 니 ‘을사늑약’ 이니 하며 공포심을 조장하는 소리뿐입니다. 만일 그게 아니라면 여러분이 갖고 있는 대안은 무엇입니까. 이번 기회에 여러분이 생각하는 21세기 한국경제의 재도약 조건은 무엇인지 한번쯤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신우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