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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 아니면 독도가 곧 넘어간다고?

입력 2006-04-26 09:14 | 수정 2006-04-26 16:20
중앙일보 26일자 오피니언면에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인 박춘호 건국대 석좌교수가 쓴 시론 '독도 문제 … 그 무성한 말 잔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부는 18일 '분쟁 해결 절차의 선택적 배제선언'을 유엔에 통보했다. 바다 경계 문제 가운데 육상국경·영토 문제가 복합된 것, 군사 활동으로 인한 것,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다루고 있는 것 등 세 가지에 대해선 국제재판에 불응한다는 조치다. 1982년 유엔 해양법 협약의 절차에 따라 한 것이다. 독도 주변 측량 문제 등에 관한 교섭을 앞두고 한국이 해양재판소에 끌려가면 이길 자신이 없어 그랬을 것이라는 등 얄팍한 추측이 무성하나, 이는 영국 프랑스 등 24개 주요 해양국이 이미 취한 전례가 있다.

한국과 일본 간의 이번 독도 교섭은 10시간 이상의 난항 끝에 겨우 합의가 돼 다행이지만 머리카락으로 콩알을 엮어 놓은 것 같은 잠정적 조치에 불과하다.

해양법 협약에는 섬을 "만조 시에 표면에 나타나는 자연구조물로서 물로 둘러싸인 것"이라 규정하고 있다. 세계의 전문가들이 15년간 토의해 만든 협약이지만 이같이 모호한 조항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것은 100건 가까운 항목을 만국회의에서 합의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했다.

그래도 사람이 살 수 없거나 그 자체의 경제성이 없는 것은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나 대륙붕을 가질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무리 작은 섬이라도 기점으로 인정돼 그 주변에 400해리 직경의 EEZ를 그으면 무려 43만㎢의 바다를 독차지하기 때문이다. 쓸모없던 무인도들도 200해리 시대에는 금싸라기 땅이 된 것이다.

한·일 간에는 과거에도 가끔 어업 문제로 마찰이 있다가 52년 한국의 평화선 선포로 인해 독도 문제가 일어났다. 이후 50년 넘게 양국 간의 민족감정 때문에 무성한 국제법 논쟁이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평화선은 65년의 어업협정, 98년의 새 협정으로 이어졌다. 해양법 협약이 채택되기 전부터 세계의 거의 모든 해역에서 선포되기 시작한 EEZ의 추세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한·중·일 3개국은 영토 문제 때문에 아직도 EEZ 경계를 긋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98년의 새 어업협정은 EEZ 경계의 합의를 앞둔 잠정조치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것이 마치 경계협정인 것으로 혼동돼 국내 일부에서는 해양법상의 보편적 기준을 무시하고 거의 자학적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는 "독도가 중간 수역에 들어갔으니 영유권마저 훼손됐다"는 허황한 논쟁이다. 법률 유권해석의 최고 기관인 헌법재판소도 2001년 3월 "그렇지 않다"고 판시했고, 대다수 국제법학자의 견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어찌 된 셈인지 98년의 협정을 읽어 보기도 전에 성급한 결론을 내놓고, 나아가 외국의 선례나 판례를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하는 일이 난무하고 있다. 자기들이 아니면 독도가 곧 일본에 넘어갈 것 같은 위기의식을 조성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런 문제가 큰 선거를 앞두고 닥쳐오면 정치권까지 경솔하게 이용하는 추태가 나타난다.

유엔 해양법 협약은 10여 건의 부칙과 추가 협약 등 무려 520개 조가 넘는다. 1개 조항이 7쪽이나 되는 것도 있을 정도로 복잡하다. 게다가 EEZ 경계 협상은 궁극적으로는 영유권 문제로 귀착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고, 이 상태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는 협상에 임하기 전에 외국의 유사 사례를 자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중국의 통킹만 섬이나 페르시아만의 여러 예는 독도의 경우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참고가 될 것이다. 다만 이렇게 치열한 민족감정 싸움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한· 일 간 독도 문제의 어려움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성급하고 과격한 대응은 해결 전망을 더욱 어렵게 할 따름이다. 일본 정부 선박을 나포하는 행동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럴 경우 이 문제가 국제법정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이것이 독도의 국제 분쟁화를 원하는 일본의 계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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