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월 방북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지도부간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강경보수성향의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DJ방북에 대해 조건과 시기 자격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정작 박근혜 대표는 이 같은 이 의장의 비판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이 의장은 25일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남북장관급회담 결과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의장은 "실질적인 긴장완화를 위한 여러가지 확실한 약속은 없고 DJ방북만 하기로 합의하고 그동안 한나라당이 끊임없이 주장했던 납북자, 국군포로 송환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도 '실질적'이라는 세 단어만 남겨놓고 사실상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끝났다"며 비판을 쏟았다. 이 의장은 "그러면서 또 비료 20만t을 주기로 했다"여 우리가 주는 것만하고 실질적으로 얻는 것이 없는 남북간 장관급회담이 과연 이렇게 개최될 수 있는 것인지,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것이 계속되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그러면서 DJ방북을 겨냥한 비난을 퍼부었다. 이 의장은 "DJ는 남북연합과 연방이 여러가지 면에서 대립한다는 얘기도 했다. 그래서 이 점을 강조하면 당연히 남북연방 등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추측되는데 이런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의 동의없는 DJ의 개인 생각이다. DJ가 방북해 어떤 논의를 할 것인지 국민에게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남북 회담을 할때 북측에서는 경제적 기대치를 충족하지 않으면 회담에 응하지 않았다"며 "지난번 6·15회담 때도 북한에 5억달러를 주고 정상회담을 했는데 마찬가지로 DJ가 방북할 때 과연 북한이 아무런 조건없이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한 뒤 "지금까지 경험을 봐서는 상당한 밀거래가 있을 것이란 걱정이 된다. 때문에 이런 것도 국민에게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지금 북미간에 북한 핵문제 등으로 교착상태가 되어있고 북 위폐라든지 여러가지 인권문제 등으로 북미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DJ방북이 과연 적합한 것인지 깊은 걱정을 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이 의장은 DJ의 자격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특사가 아니고 개인자격이라고 하는데 많은 남북 간 현안문제를 들고가고 실제로 남북간의 실질적인 실무단이 지원하고 있다"며 "과연 이것을 개인자격으로 볼 수 있는 것인지, 특사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남북한의 운명이 걸린 문제를 과연 전직 대통령 개인에게 맡길 수 있는 것인지 정부는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회의 시작 전 부터 공개회의를 통한 남북장관급회담에 대한 언급을 꺼려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 의장 등 보수성향의 당직자들이 DJ의 방북에 대한 문제지적을 할 경우 이제껏 공들여온 호남민심을 다시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이 의장이 남북장관급 회담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자 "비공개로 하면 어떨까요"라며 만류했지만 결국 이 의장은 가감없이 남북장관급 회담 문제는 물론, DJ방북에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