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공천비리 파문과 관련,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가 “경악할 만한 비리가 확인됐다”고 예고한 폭로건의 실체가 그 내용의 진위도 명확하지 않은 단순한 수준의 의혹 제기로 드러남에 따라 지도부를 힐난하는 여당 내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특히 ‘무책임한 정치공세였다’는 자성의 분위기를 내보이면서도 이같은 사태 발생 자체가 향후 대선행보를 감안한 정동영 의장의 앞뒤 돌아보지 않는 ‘몰아부치기’식 지도력과도 무관치 않다는 의견을 내보이고 있다. 당장 이번 지방선거가 정 의장의 향후 대선가도와 맞닿아 있는 상황에서 최근 한나라당 오세훈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 등 ‘오풍’(吳風)이 만만치 않은 기세로 불어 닥치면서 지방선거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자 ‘정 의장이 무리수를 두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다.

    더불어 의장으로 선출된 직후, 단일독주식의 당 체제가 꾸려지면서 정 의장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당내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사태를 몰고 왔다는 지적이다. 김한길 원내대표나 이번 폭로건의 구체적인 ‘물밑 작업’을 해 온 당 법률구조위원회 소속 안민석 의원이 모두 정동영계라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 나아가 대전시장 전략공천 방침에 반발해 탈당한 권선택 의원 문제 역시, 권 의원이 탈당 직면 수차례 정 의장과 직접적인 통화를 요구했으나 정 의장이 의도적으로 회피, 극단적인 선택을 부채질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던 점도 이런 당내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당시 이를 놓고 당내에서는 “정 의장은 자신의 행보에 걸림돌이 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면서 “큰 선거를 앞두고 과감하게 결단하는 (정 의장의 이런 모습이) 좋게 다가설 수 있게지만 부작용 역시 커 보인다”는 말도 나왔었다.

    이와 함께 경선 방식에 불만을 품고 탈당해 무소속 출마설이 나돌았던 강현욱 전북지사가 결국 불출마 선언을 하게 된 배경에 정 의장의 ‘회유설’ 등이 나돌고 있는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 정 의장은 향후 대선을 놓고 고건 전 국무총리와 지지기반이 겹치는 전북지역을 놓고 일대 접전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바, 어떤 식으로든 정 의장이 총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지 않았느냐는 설명이다.

    아울러 정 의장측은 한나라당 소속 이명박 서울시장이 그간 ‘테니스 논란’의 핵심인물인 선병석 전 서울시테니스협회장과 경기도 소재의 한 별장에서 '여흥'을 즐기는 등 특수 관계라는 등 당초 예고한 폭로건의 실체를 발표하기 앞서, 한나라당 소속 이 시장과 선씨의 특수관계를 어떤 식으로든 공천비리쪽으로 몰아서 연계시키려는 움직임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그 자리에 참석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꼬투리’를 잡으려는 물밑 작업이 진행됐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와 관련, 열린당 내부에서는 제대로 된 확인도 거치고 않고 ‘폭로전’을 일삼은 데 대해 정 의장과 김 원대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 지도부에 전적인 책임을 돌리는 양상이다. ‘누가 소설가 출신 아니랄까봐…’ ‘김한길 사퇴론’ 운운하는 목소리도 전해지고 있다. 또 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문건의 폭로와 관련해 물밑 작업을 벌였던 안민석 의원을 겨냥해 “남 뒤 파헤치고 다니면서 마치 중요한 것처럼 해 대더니 고작 저런 것을 내놓느냐”는 식의 비난도 나오고 있다.

    열린당 당원들 사이에서도 이번 사태를 놓고 당 지도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는데, 기간당원 임형균씨는 열린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경천동지할 비리가 그거였느냐? X팔려 죽겠다. 열린당에 입당하고 제일 창피한 날이다. 부끄러운 줄 알라”고 했으며, 또 다른 기간당원 김철수씨는 “김한길씨! 전략적으로도 빵점이었소”라면서 “한나라당의 공천비리보다는 이명박 파티 진위여부가 뉴스의 촛점이 될거요. 내용이 부실하여 역풍이 더 클 것 같소”라고 향후 정국에 몰아닥칠 파고를 우려했다.

    당원 류종성 씨도 “도대체 전략적 사고가 이렇게 수준이하란 말이냐. 김 원내대표에게 실망했다”면서 “지금 당 이미지 먹칠할려고 작정했느냐”고 했다. 그는 또 “지금 한나라당이 매관매직으로 폭탄을 받았지만 당 지지율이 반대급부로 상승하지 않는것은 열린당도 한통속이라는 의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라면서 “코미디같은 일들 제발 연출하지 말고 큰 안목에서 정국을 주도해 가길 바란다”고 했다. 김재식씨는 “자존심 떨어지는 소리, 표 떨어지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린다”면서 “매달 나가는 애들 과자값 밖에 안되는 당비조차 아깝다! 좀 멋있게, 당당하게 못하느냐”고 다그쳤다.

    이에 앞서 열린당은 16일 김 원내대표의 ‘경악할 만한 비리가 확인됐고 이를 공개할 것’이라는 예고에 따라 그 내용을 공개했는데, 이 시장이 ‘테니스 논란’의 핵심인물인 선씨와 경기도 소재의 한 별장에서 '여흥'을 즐기는 등 특수 관계라는 수준의 의혹만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