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8일자에 실린 사설 <“로비와 압력은 모두 386 통해 들어온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386 인사들 중에는)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처럼 삼성에 쉽게 포섭된 사람들이 많다”며 “삼성과 재경부의 로비와 압력은 대부분 386들을 통해 들어온다”고 말했다. 정씨는 “386들은 자기 논리가 없기 때문에 쉽게 그들의 논리에 설득된다”고도 말했다. 그는 “청와대 386인사들은 순수성은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지고 아는 것이 많지 않아 국회 아니면 갈 데도 없다”고 했다. 

    정씨는 이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와 청와대에서 2년반 가까이 일했다. 청와대 돌아가는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이다. 사실 실세 386과 재벌의 유착설은 전부터 나돌았던 이야기다. 대통령이 자신의 동업자라고까지 했던 386실세 이광재 의원과 안희정씨는 지난 대선 때 삼성측에서 불법자금 15억원을 받았다. 이랬던 그들이 정권을 잡고 나서 재벌과의 관계를 갑자기 끊어버렸다면 누가 믿겠는가.

    지금 청와대의 웬만한 실무 요직은 모두 386이 차지하고 있다. 대통령이 매일 아침 관저에서 가장 먼저 만나 하루 일을 논의하고 여러 정보를 챙겨 듣는 참모들인 부속실장·국정상황실장·의전비서관이 모두 386들이다. 이들 말고도 청와대의 정보·법무·홍보·정무 분야 핵심 실무요직이 대부분 386 운동권 선후배로 채워져 있다. 사정이 이러니 재벌만이 아니라 누구든 권력과 말문을 트려면 청와대의 실세 386이란 문지기를 먼저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금융브로커 김재록씨가 집권당에서 일했던 운동권 출신 동생을 통해 정권의 386 실세들과 친하게 지냈다는 얘기나, 한 방송사 사장이 시민단체 간부를 통해 청와대 비서관에게 줄을 대 연임 로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정씨는 이 힘센 문지기들이 모든 로비와 압력을 실어나르고 있다면서 그들의 윤리적 수준을 공개한 것이다.

    지금 대통령은 이런 386들에게 3~5번씩 자리를 바꿔 주며 곁에 두고 있다. 로비와 압력을 실어나르는 것이 주업인 이들 386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나라가 어디로 향해 가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얻거나 옳은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림없는 일이란 생각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