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6일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열린당 지도부가 본격적인 영입 작업에 나선지 두 달여 만이다. 열린당은 이제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강풍(康風)’이 제대로 불어주기만을 학수고대하는 눈치다. …

    당장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강 전 장관의 입당식에서도 당 지도부는 강 전 장관 ‘띄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입당식이 거행된 장소는 온통 강 전 장관을 상징하는 ‘보랏빛’ 일색으로, 정 의장 등 몇몇 지도부는 아예 넥타이 색깔까지 보라색으로 맞춰왔다.

    보라색 천을 두른 대형 원형 테이블 위로는 서울시를 상징하는 노란색의 개나리꽃이 놓여 가지런히 있었으며 그 옆으로 흰색 정장을 입은 강 전 장관이 정 의장 등 지도부와 함께 들어서면서 입당식장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강 전 장관에게 “많이 준비한 것”이라면서 ‘바람’도 잡았다. 이어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 출마를 선언한 이계안 의원이 보랏빛깔의 꽃을 한아름 강 전 장관에서 선사하면서 입당 환영 인사를 건냈다.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입당식에서 정 의장은 “강 전 장관이 입당하면서 열린당에 빛과 새로움을 몰고 왔다”며 “앞으로 보랏빛 혁명을 몰고 올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정 의장은 이어 “강 전 장관은 최초의 여성 형사 단독 판사, 최초의 여성 법무법인 대표, 최초의 여성 민변 부회장, 최초의 여성 법무장관,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 예비후보”라며 한껏 추켜세웠다. 정 의장은 또 “과거의 시장이 주 6일제 토목사업 시장이었다면 강 전 장관은 주5일제 문화시대에 맞는 시장 후보”라고도 했다. “서울의 ‘강풍’, 경기도의 ‘로봇 진동’으로 5·31 지방선거에 강진이 일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강 전 장관은 “어제, 오늘 저로써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문을 열면서 자신의 선거운동 상징색인 보라색의 통합 의미를 설명한 뒤, “내가 보여주려는 것은 원칙을 지켜나가는 정치다. 입당했다면 당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최근 일각에서 일고 있는 당과 ‘거리두기’, 전략공천 등의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강 전 장관은 또 “‘희망은 제2의 영혼’이라고 했다. 국민들의 감동을 일으키는 정치, 영혼이 있는 정치와 선거를 펴보이고 싶다”고 했다. 

    강 전 장관은 이어 열린당 홈페지에 자신의 입당 사실을 알리는 글을 올리는 별도의 식도 진행하면서 “열린당은 우리 정치의 희망의 불씨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은 정치의 새로운 진정성과 제1당으로서의 포용, 너그러움, 국민들에게 귀기울이는 겸손함으로 열심히 합심해서 노력해가면 다시 희망을 피워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기도 했다. 입당식 행사 말미에 염동연 사무총장은 유명 서예가의 글씨로 ‘필승’이라고 적힌 서체와 부채 등을 강 전 장관에게 선물로 전달하면서 지방선거 필승을 기원했다.

    그러나 이같은 열린당의 ‘환대’에도 불구하고 강 전 장관은 입당식에 앞서 ‘희망은 제2의 영혼’이라는 입당성명을 통해 당에 적잖은 쓴소리도 내뱉었다. 입당은 했지만, 열린당의 낮은 지지율을 감안할 때 일정부분 당과 ‘거리두기’를 하려는 의도로 비쳐진다.

    강 전 장관은 우선 열린당 창당 이후의 역사를 언급하면서 “대통령이 탄핵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열린당에 국회 과반수 의석이라는 기적을 만들어줬는데 이제 2년이 지난 지금 많은 국민들은 열린당을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로 “당이 진지하게 정치개혁을 말했지만 근본적으로 기존의 정치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심지어 답습하고 심화한 점과, 당이 생각하는 개혁과제를 제시하고 풀어가는 순서와 추진방법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면서 “국민들이 열린당에 원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기 보다는 당이 생각하는 것을 국민들에게 강요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강 전 장관은 그러면서도 “출마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치의 숙원인 깨끗한 정치는 이뤘으나, 갑자기 거대 여당이 되면서 성숙할 시간을 가지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면서 “나는 열린당이 깨끗한 정치를 이룬 데서 나아가 국민과 호흡하기를 원한다. 다른 생각과 입장을 가진 분들과도 진심으로 대화하고 설득할 줄 아는, 유연하고 열린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