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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까운 강금실과 진대제

입력 2006-04-06 09:59 | 수정 2006-04-06 15:24
동아일보 6일자 오피니언면 '오늘과 내일'란에 이 신문 오명철 편집국 부국장이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20여 년 전부터 법조인 한 분을 깊이 존경해 오고 있다. 법조 선배와 후배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으며 검사장까지 지냈으나 정권 교체기 신(新)실세들의 견제로 검찰총장의 꿈을 접어야 했다. 검찰을 떠난 뒤에도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며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해외 연수를 떠났다. 하지만 2년여 뒤 대학 교수로 초빙돼 총장까지 지낸 뒤 명예롭게 정년을 마쳤다. 평소 “검찰총장은 못했으나 대학 총장을 지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인생”이라며 만족해 한다.

그분이 대학 총장 재임 시절 한 유명 법률단체에서 주는 상을 받게 되자 지인들을 초청해 점심을 같이하며 소감을 말한 적이 있다. “내가 너무 복(福)을 독차지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될 때가 있어요. 검사장에 대학 교수에 대학 총장까지 지냈으니 말이에요. 이번에 학자로서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니 정말 이렇게까지 복을 받아도 되나 해서 매우 조심스러워요.”

잠시 물을 들이켠 그분이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은 조금 불안해지기도 해요. 내가 혹 내 자식들한테 가는 복까지 가로채는 것은 아닌가 해서….”

총장의 진솔한 고백에 참석자들은 큰 감동을 받았고,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여당의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것을 보고 문득 당시의 상황이 생각난다. 강 전 장관과 같이 매력 있고 똑똑한 여성이 무엇 때문에 흙탕물 같은 정치판에 몸을 던졌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가 현 서울시장보다는 확실히 더 사랑받고 인기 있는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있으나, 솔직히 전임자에 필적할 만한 업적을 남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서지 않는다. 차라리 “연애하고 춤추며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고백한 이 솔직 당당한 독신 커리어 우먼에게 멋진 남자 친구가 생겼다거나, 주말마다 봉사 여행을 떠난다는 뉴스 듣기를 더 원했다.

진 전 장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48세에 일약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고, 현 정부 출범 후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입각해 최장수 각료를 지낸 그가 뭐가 아쉬워 경기지사에 도전한다는 말인가.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전문가로서의 명성, 최고경영자(CEO)형 장관으로서의 실적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다. 재산 또한 남부러울 것이 없지 않은가. 장관 재임 시 재산 총액이 165억 원에 이르며, 이 중 70%인 117억여 원이 예금이라고 신고했으니 말이다. 나는 그가 당선이 불투명한 경기지사에 나서 발가벗겨지기보다는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같이 세상을 바꾸는 21세기의 디지털 전도사가 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또 그것이 그와 나라를 위해서도 훨씬 보람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자신의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28세의 기혼 외아들을 6년 만에 한국 국적을 회복하도록 해 군대에 가게 하는 것 또한 볼썽사납다.

장관이 되기 이전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두 사람은 또래 세대들에 비해 무척이나 많은 축복을 받았고 관직에서도 명예롭게 물러났다. 하지만 떼밀리다시피 다시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그동안 감춰졌던 허상이 하나 둘 드러나게 되고, 이전의 공과(功過) 또한 냉정한 심판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이 지금 반드시 명심해야 할 세상사 인과(因果)의 법칙은 ‘신은 결코 한 인간에게 모든 행복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후대(後代)를 위해 예비된 복까지 당겨쓰는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두 사람이 진정 ‘큰 꿈’을 갖고 있다면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올라가는 대신 ‘저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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