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6일자에 실린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KBS 강동순 감사는 4일 고려대 특강에서 ‘김대업 사건’과 대통령 탄핵 때 “국민의 방송인 KBS가 광적으로 방송을 했다”고 고백했다. 강 감사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장남의 병역비리 은폐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씨 관련 보도를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9시 뉴스에서 80건이나 다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작년 5월 이회창 후보 장남의 병역비리 은폐 폭로사건, 이른바 ‘병풍’에 대해 “진실로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한나라당 후보에게 불리한 영향을 주겠다는 악의가 의심된다”고 최종 판결했다. 결국 KBS는 야당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하루 3건꼴로 시청자에게 퍼부었던 셈이다. 이제는 모든 국민이 KBS의 이 같은 탈선 보도의 의도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강 감사의 말대로 그 당시엔 “공영방송이 그런 식으로 하나의 의혹을 계속 보도하면 국민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식으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강 감사는 탄핵방송에서도 “5 대 5로 양쪽 의견을 공정하게 보도하는 게 방송사 책무이지만 우리 방송은 9.9 대 0.1로 (정권에 유리한) 방송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 KBS ‘미디어 포커스’는 탄핵 찬성과 반대 인터뷰를 0 대 7로 내보냈었다. KBS는 언론학회가 탄핵방송의 ‘일방적·파괴적 편향성’을 지적하자 “탄핵 찬반 여론이 3 대 7이었다”는 억지 논리를 들고 나왔다.

    KBS에서 33년을 근무해 온 강동순 감사는 “5공 때 KBS 사장이나 참여정부의 정연주 사장이 무엇이 다르냐”면서 “방송은 국민의 자산이다. 정권 잡은 사람들이 자기 주장을 표현하는 도구로 장악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난 2월 ‘KBS 스페셜’은 온 나라를 부자와 가난한 사람으로 편을 갈라 싸움을 시키고, 그 결과 기업 숫자가 10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들어 경제를 결딴 내버린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미국과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KBS가 왜 이런 정신 나간 짓을 했는지는 정연주 KBS 사장과 이 정권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KBS를 ‘광적’ 인간들의 손아귀에서 되찾아 국민에게 돌려줄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