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DJ' '호남’ 이라는 지지기반을 공통분모로 하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열린당이 ‘자극’하면 민주당은 이에 맞서 총공세에 나서는 양상이다. 

    5일 이날 신경전의 발단도 열린당 정동영 의장이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나라당을 대추격하는 것은 광주시민의 결단으로 시작된다”고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열린당은 4월 한달을 한나라당 대추격의 달로 선언하고 당 지지율 회복에 온갖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자신들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광주에서 민주당 분당의 ‘원죄’를 안고 있는 열린당이 이런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즉각 발끈하고 나섰다.

    유종필 대변인은 “광주시민들은 17대 총선에서 열린당을 밀어줄 만큼 밀어주고 도와줄 만큼 도와줬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푸대접과 인사차별 뿐이었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다급한 마음에 광주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또 “광주의 민심은 더 이상 열린당에 기대하지 않는다. 한번 속았으면 됐지, 두번 다시 속지 않는다는 게 광주민심이라는 것을 열린당은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그러면서 “열린당은 국정파탄으로 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은 실패한 정당”이라면서 “한나라당에 뒤진 최대 원인은 민주개혁 세력을 분열시킨 민주당 분당에 있다. 친정인 민주당으로 원대복귀하는 것이 한나라당 대추격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충고도 했다.

    양 당의 신경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열린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설이 나돌았던 강현욱 전북지사가 ‘불출마-출마-불출마’를 반복하다가 결국 불출마 선언을 하게 된 배경과 현재까지 잠적하고 있는 이유를 놓고서도 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민주당 대변인 이상렬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브리핑을 통해 “강 지사가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지사 선거 출마 불출마를 반복하다가 출마성명서 작성만을 지시한 채 잠적한지 3일째가 됐다”면서 “도대체 정치인이, 그것도 전북도민을 대표하는 도지사가 자신의 진퇴에 대해 아직까지 직접 나서서 의사표시를 못하는 사연이 무엇인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강 지사는 열린당 정 의장의 압박 전화와 열린당 전북 지역 의원들의 회유·협박이 아니라면, 더 나아가 정치적 테러와 감금상태가 아니라면 직접 전북도민 앞에 나서서 자신의 진퇴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도 했다. 전날 열린당이 강 지사의 불출마 선언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민주당 등 특정 정치세력의 ‘공작정치 시도 실패’로 규정한 것을 감안한 발언이다. 당시 열린당 일각에서는 “강 지사 주변 사람이 '군불때기‘식으로 출마를 부추겨 판을 짜보려 했던 게 아닌가 한다”면서 ’민주당의 정치공작 실패‘로 규정하는 분위기였다.

    두 당은 지난 2일에도 정 의장이 “4월 한 달은 추격의 달로 선언한다”고 하자 민주당이 "4월은 (열린당에) ‘잔인한 달’이 될 것“이라고 맞받아치면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 적도 있었다. 당시 민주당은 ”과거를 돌이켜보지 않는 자에게 4월은 ‘잔인한 달’로 기억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둔다”고 공격했었다. 열린당과 민주당은 ‘친DJ' ’호남‘ 이라는 공통 지지기반을 갖고 있으며, 이번 지방선거 호남 지역의 결과에 당운이 걸려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