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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놀림감 김진표, 아직도 버텨요?

입력 2006-04-05 10:24 | 수정 2006-04-05 15:43
동아일보 5일자 오피니언면 '오늘과 내일'에 이 신문 홍찬식 논설위원이 쓴 칼럼 '김 부총리, 그만 물러나시지요'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대학은 산업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뒤 임명됐다. 경제관료 출신을 발탁한 파격적인 인선이었다. “대학 개혁을 위해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을 골랐으며 재계와 산업계 수요에 부응하는 수요자 중심 교육의 적임자”라는 청와대의 설명이 뒤따랐다.

역대 교육부 장관 가운데 학자나 교육자 출신이 아닌 사람으로는 김 부총리 말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있다. 1998년 3월 김대중 정부의 첫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된 그는 교육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교육계와 갈등을 빚었다. 그가 노무현 정부의 국무총리에 지명되자 교육계가 대대적인 반대 운동에 나설 정도로 악연(惡緣)이었다.

후유증이 컸던 ‘이해찬의 추억’ 때문이었는지 교육계는 비전문가인 김 부총리 등장에 강하게 반대했다. 경제계 일각에선 그가 대학 개혁에 추진력을 발휘할 거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도박’과 다름없는 인사였다.

게다가 현 정권의 교육에 대한 이중적 시각이 교육부총리의 입지를 좁혀 놓았다. 정부가 대학에는 경쟁을, 중등교육에는 평등을 강조한다지만 대학의 자율성을 막아 놓고 경쟁을 요구하는 것은 손발을 묶어 놓고 전쟁에서 이기라는 말과 같다. 산업계 수요에 부응하는 인재 선발과 육성은 일찍 시작할수록 성공 확률이 높은데, 고등학교까지는 대충 평등하게 가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모순된 상황에서 교육행정의 책임자가 뚜렷한 철학이나 소신을 갖지 못했을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는 시류에 따라 오락가락하거나, 아예 속 편하게 ‘권력 눈치 보기’에 매진하는 것이다. 요즘 열흘이 멀다 하고 반복되는 김 부총리의 좌충우돌 언행이 딱 그렇다.

몇 달 전까지 ‘자립형 사립고를 20개 정도 만들겠다’던 그는 얼마 전 노 대통령의 ‘양극화 해소’ 발언 직후 ‘자사고 반대’로 돌변해 자사고를 귀족학교라고 공격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서울대가 통합교과형 논술을 발표했을 때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가 노 대통령이 ‘나쁜 뉴스’로 꼽자 방침을 바꿔 세계에서 유례 없는 ‘논술 가이드라인’이란 걸 만들어 냈다. 권력자의 말 한마디에 저렇게도 달라질 수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아이들은 어떻게 볼까.

그가 최근 ‘영어마을을 그만 만들어도 된다’며 엉뚱한 근거를 내놓은 것은 스스로 ‘교육 문외한(門外漢)’임을 선전하는 것이다. 영어마을 하나를 만드는 데 2000억 원, 3000억 원이 든다고 했으나 경기도에 있는 세 곳의 영어마을 건립비용을 다 합쳐도 1700억 원이다. 그는 설익은 ‘학군 광역화’ 방침을 내놓았다가 여당에서조차 역풍을 맞았다. 현 정권 초기, 노 대통령은 그를 ‘최고의 공무원’으로 평가했지만 역시 노 대통령의 안목에 문제가 있다 싶다.

대학들이 교육부의 말 한마디를 ‘분부’처럼 떠받들고 있는 것은 교육계에선 상식이다. 대학에 대한 감독권과 재정 지원을 결정하는 권한을 쥐고 있는 데다 개정 사립학교법으로 권한이 더 막강해졌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 힘의 정점에 있는 김 부총리가 ‘2008학년도 내신 위주 입시’에 ‘협조’를 구한다며 대학을 돌아다니는 것은 코미디다. 과거 어떤 정권도 이런 식으로 대학을 압박한 적은 없다.

이처럼 그가 재직해 온 1년여 동안 교육부는 ‘놀림거리’로 전락했다. ‘국가 백년대계의 향도’가 돼야 할 교육부총리가 코웃음의 대상이 되고, 다른 부처도 아닌 청소년 교육을 담당하는 부처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교육부총리는 내 임기와 같이 가겠다’던 노 대통령의 취임 초 약속은 일찌감치 지켜지지 않았다. 3년여 사이 교육부총리가 4명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명 더 보탠들 어떠랴. 이쯤에서 새 교육부총리를 찾아야 한다. 교육에 대한 민심은 김 부총리의 악역 탓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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