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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76명이 참여하는, 명실공히 당내 최대 규모의 ‘신계륜과 함께하는 의원모임(신의)’이 3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신의’는 지난 2월 신계륜 의원이 2002년 대선자금에 대한 정치자금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은 직후, 일부 초선 의원들이 ‘신계륜을 돕자’는 취지로 제안, 본격적인 모습을 갖추게 됐다.
신 전 의원이 지난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후보 비서실장을 역임한 데다가 당내 ‘386 세대의 맏형’으로 당내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 안팎에서는 ‘신의’ 출범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동참 의원들이 ‘정치적 활동을 하겠다’는 모임 취지에도 적극 공감하고 있고, 게다가 모임의 태동 시점도 지방선거와 차기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심상치 않은 시기여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일단 당 안팎에서는 ‘신의’의 태동을 좁게는 당내 ‘범개혁세력연대’, 넓게는 ‘범여권 통합’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분위기다.
우선 당내 ‘범개혁세력연대’ 쪽에 무게를 싣는 이유로는 모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의원들의 면면이 주로 당내 ‘재야파’와 ‘참여정치실천연대’ 등 개혁진영이라는 것이다. 실제 당초 ‘신의’ 모임 태동을 제안했던 인물들이 우상호 임종석 이인영 김태년 오영식 최재성 의원 등 운동권 출신의 386세대라는 점이다. 게다가 이날 창립총회에 참석한 의원을 보더라도 당내 정동영계 의원들이 간간히 눈에 띄긴 했을 뿐, 대다수 참석 의원들은 김근태 최고위원을 비롯 장영달 우원식 의원 등 재야파 소속 의원들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범여권 통합’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신의’ 참여 의원 핵심이 ‘386 의원’과 재야파 등 당내 ‘범개혁진영’ 이지만, 전체적인 76명의 의원들 면면을 보면 이계안 서재관 안영근 의원 등 관료·기업가 출신 내지는 당내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 출신 등 중도 노선을 주창해온 인사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를 감안한다면 결국 중도 노선의 통합론을 들고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특히 신 전 의원이 지난 1998년 6·4 지방선거에서 당시 고건 서울시장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다는 점과 그 이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박탈돼 고 전 총리와 호흡을 맞춘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중도 노선의 ‘범여권 통합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고 전 총리와의 관계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 신 전 의원이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후보 비서실장을 맡아 노 후보와 국민통합 21 정몽준 대표간 후보단일화 협상을 위한 노·정 회동을 이끌어내는 등의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도 초점이 ‘통합론’쪽에 맞춰져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외에도 ‘신의’의 초대회장으로 선출된 김덕규 국회부의장을 비롯, 신 전 의원, 김영춘 이인영 오영식 의원 등 핵심 멤버가 특정 대학 출신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참석 의원은 ‘신의’ 모임의 성격과 관련, “신 전 의원을 돕고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수준의, 소박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면서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데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이날 축사에 나선 김근태 최고위원은 신 전 의원을 가리키며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같이 하기를 바란다. 정치개혁 대열에서 깃발이 돼 주길 바란다”고 했다.
신 전 의원은 “한국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을 정책·노선의 부재라기보다는 감동이 없는 정치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못 받고 있는 것”이라면서 “잃어버린 신뢰를 순수한 감동으로 되찾는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7·26 재보선, 차기 대선에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제 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조언과 충고를 부탁한다”고 했다.
이날 ‘신의’ 창립총회에는 30여명의 열린당 소속 의원들이 참석했다. 김덕규 국회부의장이 모임의 회장으로, 우상호 김영주 김태년 이인영 의원이 간사로 선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