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금실 불출마, 절대 그런 일은 없다”(당 핵심 의원 측근)
    “입당 지연은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이계안 의원)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출마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강 전 장관의 출마를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데, 유독 열린당 지도부만 ‘베일'에 감춰둔 듯한 태도로 강 전 장관의 영입 극대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전략이 상대방에게 다 읽혀진 마당에 계속 뜸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런 식이라면 막상 강 전 장관의 영입 때에는 오히려 김 빠지는 꼴이 될지 모른다”는 소리도 나온다.

    당 지도부의 이같은 강 전 장관 영입 ‘뜸들이기’를 놓고 당 안팎에서는 지난 1995년 6·27 지방선거에서의 서울시장에 당선된 조순씨의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당시 이기택 총재가 이끌었던 민주당의 지지도가 경쟁당인 민자당에 열세였지만 후보 간 여론조사에선 박빙의 구도였다는 점과 조씨 역시 당시 민주당 영입에 앞서 입당 문제를 놓고 ‘뜸’을 들인 게 현재 열린당의 강 전 장관 영입 움직임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이는 이후 조씨의 ‘몸값’이 급상승하는 계기로 이어졌으며 결국은 기성 정치권과 벽을 둔 철저한 인물대결 구도로 승리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현재 열린당 지방선거전략을 지휘하는 이광재 당 전략기획위원장이 당시엔 조씨의 선거대책을 담당했었다. 결국 조씨의 선거전략이 이번 강 전 장관을 중심으로 한 서울시장 선거전략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이광재 전략기획위원장은 28일 한 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 강 전 장관의 입당 문제에 대해 “(강 전 장관이) 현재까지 확실한 연락이나 결심의 의사를 밝혀오지 않았다”면서 ‘엄살’을 떨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강 전 장관이 함께 해주신다면 열린당의 후보라는 성격도 있지만은 서울시민 후보적인 성격이 대단히 강하다, 그런 가치가 존중되고 발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또 다른 당내 일각에서는 '그 때와는 사정이 달라졌다'고 말하고 있다. 그 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기택 총재의 민주당을 깨고 새정치국민회의(1995년 9월 5일 창당)를 만들기 전이라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열린당과 ‘DJ 적자’ 신경전을 벌이며 지역·계층 지지기반이 유사한 민주당이 박주선 전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울 준비를 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박 전 의원 출마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판도를 바꿀 키를 쥐고 있다는 관측이다.

    열린당 대 한나라당 후보간의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서울지역의 전통 호남·야당층의 표가 분산돼 결국은 열린당 후보의 표를 깎아먹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 목적이 ‘당선’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고춧가루’는 뿌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구도는 민주당의 입장에서도 일정 부분 영향력 행사 여지가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지방선거 이후 전개될 정계개편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와도 일맥 상통한다. 자칫 지방선거 결과 여하에 따라서는 열린당 내 일부 의원들의 동요도 내심 기대하는 눈치로도 보인다.

    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연세대 리더십센터 초청 특강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 “다음 달 5일 전후로 입장을 밝히겠다”며 사실상 서울시장 도전의사를 기정사실화했다.

    한편, 열린당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계안 의원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계속되는 (강 전 장관의) 입당 지연은 영입의 극적 효과를 높이려는 정치적 계산으로 비칠 우려가 있어 강 전 장관 개인과 당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강 전 장관의 결단과 함께 공정한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