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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 문제를 둘러싼 진보 진영과 보수진영간의 갈등이 멀리 벨기에에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는 22~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한인권국제대회’에 통일연대·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대규모 시위 원정대를 보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통일연대와 한총련은 북한인권국제대회를 “인권을 패권정책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규정하고 이 대회 저지를 위해 70명 규모의 대규모 시위 원정대를 조직·파견할 방침이다. 이에 이번 대회에 참석하는 뉴라이트 단체와 북한인권 관련 국내 단체들은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통일연대와 한총련은 15일 “인권을 패권정책의 도구로 활용하는 대북 적대정책이 미국,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한반도 평화와 자주권을 유린하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강력히 항의하는 한반도 자주평화통일 국제원정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미 70여명의 시위 원정대를 조직했으며 20~25일까지 브뤼셀 시내 곳곳에서 시가행진, 촛불집회, 사진전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참가비 130만원은 각자 부담이다. 이들은 또한 유럽 의회에 “북한에 대한 일방적 정치공세로 나타나고 있는 인권압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도 전달할 계획이다.
한총련은 홈페이지를 통해 ‘평화원정대’라는 이름으로 30여명 모집 공고를 내고 ‘브뤼셀투쟁 교양자료’까지 만들어 배포했지만 현재 모집된 인원은 9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총련은 교양자료에 범민련 북측 본부가 보내온 글을 그대로 실은 뒤 “미국이 제기하고 있는 소위 북 인권문제가 어떻게 발생하게 됐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게 잘 설명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범민련 북측본부가 보내온 글에는 “우리에게 탈북자란 있을 수 없다. 미국과 그 사촉을 받은 남조선 친미·우익·보수 세력들의 조직적이며 계획적인 유인책과 비열하고 졸렬한 납치행위에 걸려들어 끌려간 사람들이다”며 “우리의 ‘인권문제’는 철두철미 인도주의적 외피 밑에 미국이 조작·날조한 불법 무도한 것”이라고 쓰여 있다.
북한인권국제대회 한국측 참석자들 “국제망신이다” 반발
통일연대와 한총련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이번 대회에 한국측 참석자들의 대표격인 유세희 바른사회를위한시민회의 공동대표는 15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도저히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며 “북쪽에서 온 내용을 그대로 전파하는 선전원 밖에 더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유 대표는 “유럽은 미국과는 입장이 다르다. 그 사람들은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인권 문제를 다루겠다는 것이다”며 “그런 사람들에게 통일연대와 한총련의 논리대로 이야기하면 설득 당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홍진표 바른사회를위한시민회의 정책실장은 “그쪽(유럽)에서는 그들(원정시위대)을 북한에서 온 사람으로 알 것”이라며 “도대체 한국 사람이 시위까지 하면서 반대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무슨 망신인지…그저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다”고도 했다.
한국측 참석단 핵심관계자는 “유럽사회는 북한인권 뿐 아니라 인권 자체에 대해 선진적 입장을 가지고 있고 인권문제를 중시해 국가 연대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며 “시위 원정대가 가면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에 대해 한국이 세 차례 기권한 것과 합쳐져 한국 이미지가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회에 통일연대가 반대할 이유도 없고 반대해서도 안 되는 것 아니냐”며 “훼방놓듯 시위하는 것을 자제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북한인권국제대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이인호 명지대 석좌교수도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그들이 반대 시위를 한다고 해서 별다른 영향은 미치지 못하고 국제적 망신만 당하게 될 것이다”고 일갈했다.
워싱턴, 서울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리는 브뤼셀 북한인권국제대회에는 유럽·미국·한국의 북한 인권 관련 NGO회원 60여명이 참석하며 한국측 참석단과 함께 출발할 예정인 탈북자 2명이 증인으로 참석하는 ‘북한인권 청문회’ 등이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