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노동조합의 양대산맥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비정규직법안 처리를 둘러싼 이견이 한국노총과 민주노동당의 대립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민노당은 민주노총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이 창립 60주년 맞아 한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민노당을 향해 “무조건 반대만 한다. 무책임하다. 그런 행동은 노동운동의 말살을 가져온다”고 맹비난한 것이 발단이 됐다.

    민노당은 13일 “민노당과 민노총의 투쟁과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 위원장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민노당은 한국노총이 친(親)정부쪽으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이에 민노당은 즉각 한국노총을 방문해 그 진위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이 위원장이 민노당에 대해 비난에 가까운 비판 발언을 내놓았는데 그 발언과 표현에 대해 심각한 유감과 우려를 표명한다”며 “노동계의 절실한 요구가 무엇인지 보다는 민노당을 다른 보수정당과 함께 비판하는 것으로만 보여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김선동 사무총장과 이해삼 최고위원이 한국노총을 방문해 의견을 조율하고 이후 비정규직법안 처리 과정 문제를 함께하는 노력을 촉구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해삼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노총이 60주년을 맞아 연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비정규직법안과 관련해서는 양비론을 펴고 있다”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비롯해 민노당도 비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기수 최고위원은 “지난 2월 3일 비정규직 관련 비상최고위원회를 소집했을 때 한국노총은 민노당과 민노총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노사정 복귀 방침을 밝혔고 이것이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공유한 바 있다”고 지적한 뒤 “단순한 유감표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노총의 기조를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재옥 최고위원도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이 아니라 심각한 문제제기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동조했다.

    최고위원들의 이 같은 우려에 김 사무총장은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 이후 정부와의 관계에서 민노당과 민주노총과는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인지 등의 분석 작업이 필요하다”며 한국노총을 직접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이 위원장은 지난 10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민노당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민노당이 언제 수정안이나 타협안을 내는 것 봤느냐”며 “무조건 반대만 한다. 그렇게 하면 얻을 것도 못 얻는다. 무책임한 일이다. 노사정이 협의했는데 어떻게 자기 뜻대로 다 가져갈 수 있느냐. 그런 행동은 노동운동의 말살을 가져온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노동운동은 아직도 농업국가나 전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내주머니 채우기’식의 강성·이기주의적으로 변질된 채 흘러오고 있다”며 “산업의 변화 속도를 읽고 받아들여 미래를 생각하는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