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진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압승 분위기'가 반전되는 모습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사건을 정치쟁점화 하는 데 주력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진화작업에 동분서주하고 있는 양상이다. 2·18 전당대회마저 '흥행'에 참패하고 지지율반전 마저 실패하며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묘책 찾기에 골몰하던 열린당에게 이번 사건은 가뭄에 단비를 맞은 격. 반면 한나라당은 순간의 실수로 잡아놓은 고기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각에선 "차라리 잘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짜피 한번은 치를 홍역이라면 대선 전이 아닌 지방선거 전에 터진 게 차라리 낫다'는 것. 5·31지방선거가 2007년 대선 승리를 가늠할 분수령이라고 하지만 당내에선 '지방선거=대선승리'라는 공식엔 공감하지 않는 분위기도 적잖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압승하고도 같은 해 대선에선 패배한 경험이 있기 때문. 오히려 지방선거 승리가 한나라당에겐 독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랜 기간동안 당에 몸담아온 당 관계자들은 "대선이란 메인 게임 승리를 위해 오히려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배해 한나라당이 자숙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그동안 4·30과 10·26 재보궐 선거의 잇따른 완승으로 당 분위기가 많이 흐트러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이래선 안되는데···"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것도 사실. 술로 촉발된 파문이 잇따라 터지고 있는 점도 이런 당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소속 의원과 당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지방선거 승리가 당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이제껏 작은 게임에 승리하고 정작 이겨야 할 게임엔 지지 않았느냐.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 분위기를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소장파와 비주류를 중심으로 '분위기 쇄신'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도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  성추행 사건으로 당내 '정풍 운동' 주장이 제기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번 지방선거가 노무현 정권 실정을 심판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측면과 대권을 준비하는 박근혜 대표에게 중요한 고비인만큼 꼭 압승을 거둬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 당직자는 "지방선거에서 지면 대선에서는 이긴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건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지금 한나라당에 닥친 상황과 현재 당의 모습을 볼 때 눈앞의 지방선거 승리에 연연하기 보다 긴호흡을 갖고 정권창출을 위해 분위기 쇄신작업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는 것이 옳은 판단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