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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밥, 지방의원

입력 2006-02-16 09:30 | 수정 2006-02-16 09:30
조선일보 16일자 오피니언면 '조선데스크'란에 이 신문 박중현 전국뉴스부 지방행정팀장이 쓴 '지방의원은 국회의원의 밥?'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얼마 전 만난 서울의 한 구청장. 최근의 당황스러웠던 경험을 얘기했다.

“구(區) 현안을 논의하러 구의원 한 명이 왔어요. 악수하고 막 앉는데, 그가 휴대전화를 받더니 ‘급히 가봐야겠다’는 겁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여의도로 부른다는 거예요. 저와 얘기도 마치지 못하고 황급히 달려가더군요.” 구청장은 “지방의원이 점점 ‘국회의원의 노예화’하는 사실을 아느냐”고 했다.
요즘 지방자치 현장에선 비슷한 얘기가 자주 들린다. ‘국회의원들의 철저한 잇속 챙기기’ 탓에 지방자치가 흔들린다는 얘기다. 올해 새로 도입된 지방의회 관련 제도들의 이면(裏面)을 잘 보면 앞으로 드러날 문제들이 뻔히 보인다는 것이다.

우선 기초(시·군·구) 의원 정당 공천제. 표면적 도입 이유는 “정당이 후보를 검증해 자격 없는 후보가 난립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 그러나 현장에선 더 깊은 내막의 이유를 속삭이고 있었다. “이 제도가 실제론 국회의원이 자기 사람을 지역구 내 각 동(洞)에 심는 역할을 할 것”이란 해석이었다.

논리는 이렇다. 작년 각 정당이 ‘정치개혁’을 한다며 앞다퉈 지구당들을 없앴다. 지구당에서 국회의원들의 수족(手足)처럼 일하던 사람 상당수도 졸지에 일자리를 잃었다. 이 ‘국회의원의 사람들’에게 자리를 주기 위한 필요성 때문에 시·군·구 의원 정당 공천제 아이디어가 나왔다는 얘기다. 구청장 후보도 지역구 국회의원이 거의 결정하는 게 현실인 만큼, 시·군·구 의원 후보 나눠주기야 국회의원 마음에 달린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국회의원들이 ‘지방의원 유급제’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었다. 정당 공천제로 각 동네마다 심은 ‘내 사람들’이 먹고살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란 것이다. 이렇게 뽑힌 지방의원들이 5000만~7000만원으로 예상되는 연봉을 모두 가져가진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그래서 나온다. 월급의 상당 부분을 공천해준 국회의원에게, 또는 그 국회의원이 내라는 곳에 찬조금으로 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유급제가 국회의원 배만 불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들이다.

자치단체장들이 3선(選) 하면 더 이상 같은 자리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한 법을 국회의원들이 만든 데 대해서도 흘겨보는 시선이 많다. 국회의원 못지않은 인지도를 갖게 될 3선 시장·군수·구청장이 국회의원 자리를 넘볼 것을 우려한 조치라는 것이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중 현재 3선인 사람은 29명. 이들은 최근 한자리에 모여 이런 제도를 주도적으로 만든 여야 정치인 1명씩의 이름을 거명하며 성토했다 한다. 국회의원 출마를 생각 중인 한 3선 구청장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2년 뒤면 올해 물러나는 내 이름은 잊힐 것”이라며 ‘2년 갭’을 안타까워했다.

이 모든 전망들을 ‘음모론적 해석’이며 ‘상상력의 비약’이라 치부할 수는 없다. 지방의원들의 울분 섞인 우려는 벌써 공식 발언장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어떤 당에서는 구의원 후보 신청금으로 돈을 내라고 요구합니다. 그렇게 신청해 공천이 되고, 또 당선이 되면 얼마를 더 요구할지 심히 걱정됩니다.” 서울 모 지역 무소속 구의원이 이달 초 구의회에서 한 ‘5분 발언’ 내용이다. 국회의원들의 욕심에 지방자치가 망가질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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