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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억울하다. 저런 사람이 장관돼서는 안 된다”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쟁점으로 부각되며 다시 세상에 나온 1984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 피해자 정용범씨의 어머니 정영재(76)씨가 한 말이다.
한나라당은 7일 ‘서울대 프락치 사건’ 피해자 3명에 대한 증인 신청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에 의해 부결되자 이들의 인터뷰를 영상으로 제작해 인사청문회 상영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석현 보복위 위원장과 여당 의원들의 반발로 무산되자 장소를 국회 기자회견장으로 옮겨 인터뷰 동영상을 상영했다.
‘서울대 민간인 폭행사건 고통의 23년’이라는 제목에 7분30초정도 분량의 인터뷰 동영상에서 전기동씨(당시 29세)는 “손과 발을 묶은 채 무릎 사이에 각목을 넣고 어깨를 잡고 올라서 나를 누르기도 하고 동시에 널뛰기를 하듯 각목을 밟기도 했다”며 “계속 ‘(프락치) 아니다, 아니다’ 하니까 계속 ‘이 자식이 불지 않는다’면서 화장실로 끌고 가 물고문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전씨는 “물고문 받으면서 몸부림 쳐 앞니도 부러졌다. 여러 명이 눕혀놓고 다리를 밟고 어깨를 밟고 큰 주전자로 얼굴에 물을 계속 부었다. 장 파열도 생겼다”며 “전치 8주 이상의 진단이 나왔는데 당시 폭행 뿐만 아니라 살인 위협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때려서 죽인 다음 관악산 뒤에 묻겠다’고 협박하는 등 단순한 폭행이 아니었다”며 “1984년 9월 17일부터 11일간 학생단체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감금하고 조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 내정자에 대해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예로 2004년 선거 홍보물과 인터넷 홈페이지, 저서 같은 것만 봐도 아직 바뀌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전씨는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폭행 과정에 유 내정자는 가담하지 않았다며 “간교하고 지능적이었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피해자 정용범씨(당시 25세)의 어머니 정영재씨는 아들이 그 사건 후유증으로 정신분열증을 앓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들이 평생 폐인으로 살아가야 해 억울하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정씨는 “당시 사흘 만에 돌아온 아들은 엉덩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며 “누가 때렸느냐고 물었더니 학생들이 학생회관인가 지하실엔가 가둬 놓고 팼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당시 이가 전부 부러져 나중에 잇몸 수술을 하고 이를 새로 다 심었다”며 “너무 억울하다. 저런 사람이 장관이 돼서는 안된다. 국민을 위해서라도 착실한 사람이 장관이 돼야 한다. 사과 한마디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법률담당 원내부대표 주호영 의원은 “상임위에서 의원이 자기에게 주어진 발언 시간 범위 안에서 질문을 좀 더 생생하게 하기 위해 자료를 인용한다든지 화상을 이용하는 것을 국회법상 가능한 일”이라며 “그럼에도 여당이 정권의 실정을 감추고 봉쇄할 의도로 (서울대 프락치 사건 피해자 인터뷰) 영상은 안된다고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대 프락치 사건' 피해자 인터뷰 동영상 상영을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충돌로 유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잠시 중단되는 파행을 겪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