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7일자 사설 <'이종석 장관'과 노 정권의 정체성>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어제 이종석 통일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그의 적격(適格) 여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주로 이 내정자의 사상적 편향성을 문제 삼았고, 여당 의원들은 ‘그도 북의 유일지도체제에 비판적이었다’며 두둔했다. 어느 쪽에 설득력이 더 있는지는 이 내정자의 그동안의 공과(功過)와 사상적 이력을 통해 따져 볼 수밖에 없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사무차장으로 이 정권의 외교안보정책을 사실상 총괄해 왔다. 이 기간 중 한미동맹은 훼손됐고, ‘민족공조’를 앞세운 편향적 친북정책은 나라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을 정도로 갈등과 혼란을 증폭시켰다. 

    그렇다고 현안 해결에 진전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식량, 비료에 이어 200만 kW의 전력까지 주겠다고 했지만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고 했지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도 결국 미국 뜻대로 됐다. 설익은 ‘협력적 자주국방’과 ‘동북아 균형자론’으로 치러야 했던 외교안보 비용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이 내정자는 답변에서 “국민은 저를 대단히 빨갛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자신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실용주의를 추구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년간 그가 주도해 온 정책이 ‘합리적 실용주의’라면 앞으로도 ‘합리적 실용주의’라는 이름 아래 모험적 외교안보정책을 펼치지 않을지 우려된다. 

    그는 사상적 편향성에 대해 “젊은 시절 폭이 좁았고 편협했다”며 빠져나갔다. 하지만 “통일의 제1요건은 외세의 간섭을 배격하는 자주성 확립과 평등의 존중”이라는 ‘젊은 시절’ 그의 생각이 여전히 노 정권 대북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대통령은 이런 그를 NSC 상임위원장까지 겸임시킬 작정이다. 대통령이 그를 중용하는 것은 그에게 매몰돼 있거나, 코드가 자신과 같다고 보고 그를 통해 자신의 코드를 실현하려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어느 쪽이건 노 정권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