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3일자 사설 '열린우리당은 사학법 발언 몇번 뒤집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유재건 열린우리당 의장이 사학법 재개정 논의 가능성을 두 차례나 언급했다가 그때마다 당 대변인들이 당 의장 발언을 뒤집어 버리는 코미디가 벌어졌다.

    유 의장은 취임 당일인 6일과 20일 “(사학법이) 부족한 것이 여론화되면 의원입법을 내거나 고칠 수도 있다” “잘못된 게 있으면 논의해서 얼마든지 재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의장의 발언에 대해 6일에는 전병헌 대변인이 “정부 여당은 개정된 사학법과 관련해 그 어떤 변경도 검토한 바 없다”고 했고, 20일에는 오영식 원내 공보담당 부대표가 “사학법 재개정 논의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명색이 집권당이란 정당에서 대변인들이 당 최고 당직자의 발언을 연거푸 뒤집어버림으로써 당은 당대로 꼴이 아니고, 언론은 언론대로 열린우리당 당직자들의 발언을 과연 보도해야 하는 것인지, 국민은 국민대로 그 발언 내용을 믿어야 할지 곤욕을 겪는 일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유 의장은 자신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일부 언론에서 확대 해석하여 의도와 다르게 보도됐다”고 발을 빼며 그 책임을 언론에 미뤘고, 여기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까지 나서 당 의장의 발언을 사견으로 간주하면서 “사학법은 일점일획도 바꿀 수 없다”고 밀어붙였다. 

    정치적 압력으로 번번이 말을 뒤집는 당의장도 당의장이려니와 차기 대선 주자라는 정치인이 특정 법률을 마치 국시라도 되는 양 떠받들며 일점일획도 바꿀 수 없다고 버티는 것이 과연 이성 있는 정당의 모습인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그뿐 아니라 열린우리당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교육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야당 공격의 선봉에 선 다음 2월 18일 지도부 경선에 나설 후보 모두가 앞다퉈 한나라당을 공격하면서, 여당 내의 온건론은 종적을 감춰 버린 것이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법이 시행되는 7월부터 사학 재단과 전교조 사이에 벌어질 교육대란의 피해를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겨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