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신문 14일 사설 <민주노총의 '미국대사 저지' 지나치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그제 한국인터넷기자협회와 벌이기로 한 간담회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막았다. 행사는 민주노총 본부와 같은 건물에 있는 인터넷 언론 '민중의 소리' 사무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민주노총은 버시바우 대사가 북한을 ‘범죄정권’이라고 부르는 등 “북에 대한 모략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며 그의 방문이 “진보매체에 대한 대언론 공작을 하려는 것이 아니면 정치적 이벤트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보수 세력은 ‘민주노총과 대북 문제가 무슨 관련이냐’라거나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킨 행동’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노동단체의 본분을 지키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비난은 부적절하다. 민주노총은 초창기부터 남북 화해와 통일 운동의 한 축을 맡아왔다. 특히 노조 활동만 해도 빨갱이로 내몰리는 폭력적 탄압을 딛고 성장한 조직이기에, 노동자 현실과 남북 분단을 분리하지 않는 시각을 지켜오고 있다. 이런 인식은 여전히 유효한 측면이 있음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을 민주노총이 비판하는 것 자체는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도, 본분을 망각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민주노총의 경직성과 독선적 자세에 있다. 인터넷기자협회의 성명이 지적했듯이 인터넷 언론 종사자들도 민주노총 조합원과 같은 노동자이고, 협회 회장은 민주노총과 제휴 관계에 있는 민중의 소리 대표가 맡고 있다. 동료이자 연대세력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만 있어도 그들을 ‘언론공작 대상’쯤으로 폄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 대사가 국내의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받는 것도 보장돼야 마땅하다. 민주노총은 자신의 경직된 태도가 독선에서 비롯된 게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