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개각’에 발끈해 당·청 관계 재정립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맹폭하고 나섰던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 만찬 ‘탈당’ 언급 직후, 노 대통령 면담 요구를 자진 철회하면서 바짝 엎드렸다.

    청와대 만찬에서 당·청 관계 재정립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기로 한만큼 당·청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노 대통령의 ‘탈당’은 자신들의 정치적 ‘노림수’(?) 차원에서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당장 당내 일각에서는 “무슨 큰 일이라도 낼 것 같더니만…”이라는 등의 반응을 내보이며 이번 사태가 당초 당·청 관계의 근본적 재고를 위한 초․재선 의원들의 ‘충정’의 발로였다기 보다는 2․18 전당대회와 지방선거를 앞둔 일부 재선 의원들의 정치적 ‘노림수’에 휩쓸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를 주도한 김영춘 의원은 전당대회 당의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데다가 이종걸·조배숙 의원도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전당대회 출마를 사실상 확정짓고 있는 만큼 애당초 당·청 관계 재정립보다는 노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일부 당내 관계자들은 “김영춘 의원은 전당대회를 발판삼아 5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사태가 당내 재선 그룹의 정치적 노림수로, 결국은 '이슈몰이'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실제 이번 개각 사태를 사실상 주도했던 김 의원은 당의장 공식 출마 선언 직후인 12일 “당과 대통령은 참여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 가야할 공동운명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당초의 입장에서 한 발 뺐다. 김 의원은 또 “노 대통령이 충정을 잘 알 것이기 때문에 가벼이 탈당을 한다거나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노 대통령 발언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마저 내보였다.

    이른바 ‘서명파’의 한 축이었던 문병호 의원도 13일 오전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 유시민 의원의 입각 등을 언급하면서 “기회 균등의 원칙에서 많은 의원들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당내에 유 의원 말고도 40대에서 유능한 의원들이 많다”면서 “그런 의원들도 좀 기회를 주기 바란다”고까지 말했다. 사실상 이번 사태의 발단이 노 대통령에게 ‘우리들도 있으니 한 번 봐 달라’는 의미였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문 의원은 또 노 대통령의 탈당 언급에 대해서도 “지금은 참여정부나 열린당이 분당, 탈당할 시점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서로가 힘을 합쳐 국민들이 요구한 개혁과제를 완수해야 하고 마무리해야 될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통상적으로 대통령 임기 말기에 선거의 중립적인 관리를 위해서 대통령이 탈당한 것이지 임기가 2년 남은 상황에서 탈당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1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대통령이 없는 여당은 여당이 아니고, 여당없는 대통령은 불안정한 구조 위에 서게 된다"며 노 대통령 탈당 논란의 확산을 차단했다.

    이와 관련, 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의 노 대통령 탈당은 이들의 정치적 행보에 오히려 악영향만 준다”면서 “자신의 정치 행보를 감안해 개각에 반발했던 이들이 오히려 노 대통령이 꺼낸 든 ‘탈당’카드에 완전히 당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당원들이 노 대통령에게 불만을 가지고는 있지만 ‘탈당을 하라’고 요구할 정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