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10일자 오피니언면 '포럼'란에 권대봉 고려대 교수(교육학 전공)가 쓴 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전교조와 한교조에 이어 새로운 교원조합인 ‘자유교원조합’이 설립돼 학교교육 현장에 여러 개의 교원단체가 활동하게 될 전망이다. 자유교원조합은 9일 설립추진위원회 발족식을 갖고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교육을 지향하기 위해 오는 3월에 노조 설립 등록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유교원조합의 출현을 앞두고 기대와 걱정이 교차된다. 자유교원조합은 “노동자이기에 앞서 올바른 스승된 도리를 다하고, 학부모의 마음을 가진 교사”로서 학생을 가르치겠다고 하니 우선 기대가 된다. 사람은 각자 맡은 바 도리를 다해야 한다. 특히 교사가 스승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도리 도리(道理 道理) 작작궁 작작궁(作作弓 作作弓)”을 하면서 도리교육을 받아왔다. ‘도리 도리’는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도리를 익혀 사람의 도리를 행하고, ‘작작궁 작작궁’은 손뼉을 치고 노래하며 춤추는 삶을 기뻐하는 것이다. 노동자이기에 앞서 스승으로서 도리를 다하여 학생들의 근본을 깨우치는 기쁨을 맛볼 줄 아는 ‘도리 도리 작작궁 작작궁’ 교육이 학교에서도 실현되기를 먼저 기대한다.

    학부모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겠다는 다짐이 기대되는 것은 학부모들은 집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잼잼과 곤지곤지(坤地 坤地)를 가르치듯,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자라나는 학생들을 가르쳐 주길 기대한다. 집에서 아이에게 두 손으로 잼잼을 가르치는데, 이것은 지암 지암(持闇 持闇)의 준말인데, 두 손을 쥐었다가 펴는 동작인 잼(持闇)의 의미는 세상의 어둡고 혼미한 것을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야 세상의 이치를 익힐 수 있다.

    아이로 하여금 오른손 검지로 왼손바닥을 찧으며 “곤지곤지” 하는 것은 곤(坤)이라는 글자 안의 열 십(十)자는 음과 양의 조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세상의 이치를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세상의 이치를 알도록 학생을 가르치려면 과학적 진리만을 가르쳐야지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이념편향적인 것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일부 교사의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 반대 수업처럼 계기수업이라는 미명 아래 편향적인 주장을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주입하면, 지적 성장 단계에 있는 학생들이 균형잡힌 시각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장애가 된다. 따라서 국가 발전은 물론 인류공영과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함양하기 어렵게 된다.

    한 가지 걱정은 자유교원조합이 전교조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는 세간의 목소리이다. 전교조가 출범 초기에는 참교육 실천으로 국민적 성원을 받아 성장, 학교교육 발전에 일익을 담당했지만 지금은 학부모들로의 신뢰를 잃어 오히려 원성을 사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 안된다. 

    부모들이 가정에서 아이들이 해서는 안되는 행동을 할 때 “이비 이비” 하며 못하게 한다. ‘이비 이비’는 ‘업비 업비(業非 業非)’에서 나온 말인데, ‘업비’는 도에 맞지 않은 행동은 올바른 길이 아니라는 것을 경고하는 말이다. 앞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자유교원조합도 국민으로부터 ‘이비 이비’의 경고음을 듣지 않도록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학교는 학생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교육의 중립성은 훼손돼서는 안되며, 학생의 학습권은 철저히 보호돼야 하기 때문에 교원단체 간의 갈등으로 학생들이 피해를 볼까봐 걱정이다. 어느 교원단체에 속하든 이 땅의 교직자들은 유네스코가 천명한 바와 같이 학생은 “알기 위해 학습하며, 아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학습하고, 더불어 살기 위해 학습하며, 궁극적으로 자기의 존재가치를 발휘하기 위해 학습”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을 도와주기 위해 존재해야 하고, 교원단체는 그러한 교사를 위해 제 몫을 다해야 한다. 

    새로 출범하는 자유교원조합 선생님들은 노동자이기에 앞서 진정한 스승으로서 도리를 다하고, 학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도리 도리 작작궁 작작궁’ 교육리더십을 발휘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