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사립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회장 김하주, 이하 사립중고협)는 10일 “정부는 전체 사립중고교를 대상으로 전면 감사를 실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종교계 사학을 제외하고 문제가 있는 사학만을 감사대상으로 한다’는 정부 방침에 맞선 것이다. 사립중고협 소속 사립학교는 1600여개로 현실적으로 전체 감사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립중교협의 이번 요구는 사실상 '감사 거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립중고협은 이날 서울 63빌딩에서 40여명의 이사들이 모여 비상 이사회를 개최하고 ‘전 사립중고교 전면감사’, ‘신입생배정거부 철회’ 등을 결의했다. 이날 사립중고협은 “이번 기회에 비리사학을 발본색원해 건전 사학의 명예를 회복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그동안 사립중고협은 사학법 개정안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2006학년도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고 나아가 학교를 폐쇄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혀왔다. 실제로 제주지역 5개 사립고등학교가 배정을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는 8일 ‘일부 비리 사학재단에 대해 감사를 벌이겠다’고 응수했다.

    사립중고협의 ‘전체 사학 전면 감사’ 요구는 정부가 배정거부 사태에 직면해 ‘감사’라는 으름장을 놓았지만 이를 피하지 않고 당당히 감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임과 동시에 일부 사학만을 대상으로 하는 ‘표적 감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알린 것이다.

    한편, 사립중고협은 이번 전면감사 요구가 종교계 사학의 ‘발목잡기’는 아님을 분명히 했다. 9일 열린우리당은 정부에 ‘종교계 사학은 감사에서 제외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사립중고협 이현진 부장은 10일 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전면 감사 제안은 전체 사학의 명예를 회복해 달라는 의미에서 내놓은 것이지 열린당의 종교계 사학 배제 요청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사학 감사에서 종교계 사학이 빠질 수 있는 기회를 사립중고협이 막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사립중고협의 이번 전면감사 요구는 사학비리를 감사하겠다는 정부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자세를 보여 준 것임은 물론, ‘사학=비리’라는 대국민 인식까지 바꾸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립중교협 황낙현 사무총장은 이날 “개정된 사학법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기본 질서와 학교 법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이라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무효화를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학법 개정에는 반대하지만 신입생 배정도 받고 합법적으로 투쟁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이사들은 8일 사립중고협 시도회장단 회의가 발표한 신입생 배정거부 철회를 추인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을 조속히 결정해 줄 것을 요청하고 사학법 개정안의 원천 무효화라는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