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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성·환경단체까지 나서 양심적병역거부 운운하나"

입력 2005-12-28 15:21 | 수정 2009-05-02 15:28
문화일보 28일자 오피니언면 '포럼'란에 이상돈 중앙대 법학과 교수가 기고한 '인권위의 양심적반전론을 우려한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 제도를 도입하라고 정부에 권고함으로써, 국가인권위원회는 그들이 지향하는 ‘인권’이 얼마나 가공적(架空的)이고 자의적인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징병제를 채택한 국가도 종교 등 양심적 이유를 들어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남북 대치라는 현실을 감안해서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그 점을 고려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할 수 있다고 한 것인데, 인권위는 헌법재판소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하고 나섰으니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원래 이단적인 기독교 집단이 성경의 토막 구절을 들어 집총(執銃)을 거부한 데서 유래한 양심적 병역거부는 이제 종교와 관계없이 막연하게 자기 신조를 들어 병역을 거부하는 풍조로 확산돼 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걸려 있는 사람은 약 300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들의 사정도 딱한 면이 있지만 병역 의무는 우리 헌법이 정한 국민의 기본적인 의무인 것 역시 너무나 분명하다. 더구나 우리는 아직도 세계 최악의 인권유린 국가이며 호전적인 범죄국가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자는 측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것이 과연 문제의 해결책인지는 의심스럽다.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독일이 징병제를 폐지하면 수많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의무적 봉사로 버티고 있는 병원과 사회복지 시설의 운영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니, 양심적 병역거부제의 실제 운영이 어떤지를 잘 보여 준다. 

국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스라엘은 법적으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만 허용 기준을 엄격하게 정해 놓아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실제로 인정받는 경우는 드물다. 이처럼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것인지의 여부는 각 국가가 처해 있는 제반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할 문제다. 그런 점에서 유엔인권규약의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조항을 들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인권위원회는 신앙 등에 근거한 양심적 병역거부 신청을 엄격히 심사하고 이들에게 대체복무를 인정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 역시 우리나라의 사정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한국 사람들의 신앙은 기복(祈福)적인 면이 강해서 만일 종교적 신조에 근거한 병역거부를 인정하면 너나 없이 신앙을 내세우고 병역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해서 국방이 아예 붕괴할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심사하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도 문제는 간단치 않다. 양심적 병역거부 신청을 심사해서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독일처럼 너그럽게 그대로 인정해 주거나 또는 이스라엘처럼 웬만하면 허용하지 않는 양 극단의 대책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까지 거짓말을 별다른 가책이 없이 해대는 등 정직성 지수(指數)가 최하인데, 도무지 무슨 장치로 사람의 ‘양심’을 판단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저의(底意)가 다른 데 있지 않은가 하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도 있다. 인권위가 북한 정권의 엄청난 인권 유린에는 눈감고 우리 사회의 인권 문제는 시시콜콜 들추어내는 이중적 태도를 지녀 왔기 때문이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 허용을 위한 시민운동이 여성단체와 환경단체까지 참여하는 연대투쟁 양상을 띠고 있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인권위가 앞장선 ‘양심적 반전(反戰)운동’의 배후에 어떤 복선(伏線)이 있지는 않은가 하고 의구심을 갖게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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